일본, 우리 측 권고사항 아직 일부만 수용... 환경단체 "생명권·환경권 위협"

입력
2023.08.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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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문가, 현장 상주 아닌 정기 방문
ALPS 입·출구 핵종 추가 측정은 "협의 중"
정부 "과학적·기술적 문제 없다" 못 박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가 이달 24일로 임박한 가운데, 그간 일본 정부와 실무 협상을 이어온 정부가 "오염수 방류에 과학적·기술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못 박았다. 오염수 방류를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국내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오염수 해양 투기를 비호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오염수 방류 대응 전반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일본 측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당초 계획대로 방류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방류 계획상의 과학적·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방류가 조금이라도 계획과 다르게 진행된다면,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해 즉각 방류 중단을 요청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일본 정부와 저울질해온 실무 협상의 결과도 공개했다. 앞서 정부는 일본 측에 △방류 현장 점검에 한국 전문가 참여 △실시간 모니터링 정보 공유 △이상 상황 발생 시 즉각 방류 중단 △다핵종제거설비(ALPS) 필터 점검 주기 단축 △ALPS 입·출구 농도 측정 시 5개 핵종 추가 △핵종별 방사능 과소평가 시 방사선영향평가 재수행 △방류 후 인근 주민 피폭선량 평가 등 7가지 권고사항을 두고 릴레이 협상을 해왔다.

박 차장은 "7가지 중 5가지는 일본 정부가 완전 수용했고, 1가지는 절반 수용, 1가지는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후쿠시마 현장 사무소에 한국 전문가가 참여하기로 한 안건은 '현장 상주'에서 '정기적 방문'으로 결정됐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박 차장은 "모니터링 과정에 전문가가 참여하는 방법론은 많이 있다"고 부연했다. ALPS 입·출구 농도 측정 시 우리 정부가 제안한 5개 핵종을 추가로 측정해달라는 권고에 대해선 "일본과 IAEA 측이 최종적으로 확립한 검사 항목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라며 "일본, IAEA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방류 관련 데이터를 정확하게 확보하는 게 우리 정부의 핵심적인 역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1차적으로 IAEA가 검증할 것이고, 우리 측 전문가도 IAEA의 검증 과정에 참여해 데이터를 우리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인철 울산과학기술원(UNIST)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방류 초반에는 해양 모니터링과 해산물 검사 주기를 짧게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연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의 방류를 중단시키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녹색연합은 “오염수 방류는 24일 하루로 끝나지 않고 장기 피폭과 생물 농축으로 한국과 태평양 국가의 생명권·환경권을 위협할 것”이라며 “오염수 해양 투기를 강행하는 일본 정부와 이를 용인하고 비호해온 한국 정부 모두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어떤 핵종이 얼마나 방출되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며 "정부는 국제해양법 재판소 제소 등을 통해 방류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현주 기자
신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