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2일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했다. 24일이 유력한 발사 디데이다. 한반도에서 한미연합군사연습이 한창인데 북한이 도발을 공언한 건 이례적이다. 더구나 한미 양국이 온갖 정찰자산을 동원해 눈을 부릅뜨고 북한지역을 노려보는 상황에서 도박이나 다름없다. 북한은 왜 이처럼 무모하게 행동하는 것일까.
북한이 의도적으로 한미훈련 기간에 맞춰 정찰위성 발사를 노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 스스로 평화적 목적의 위성 발사라고 선전하는 만큼 한미 양국을 향해 합법적으로 무력시위를 벌이는 셈이다. 정찰자산이 한반도를 주시하는 예민한 국면이지만, 북한은 역으로 그런 상황을 노려 정면돌파를 택한 셈이다.
항공기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이날 한반도 상공에는 공군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가 비행했다. 주한미군 정찰기도 끊임없이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며 상황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은 위성 확보가 절실해 보인다. 리병철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5월 위성 발사 전날 “적들의 군사적 행동기도를 실시간 장악할 수 있는 믿음직한 정찰정보수단의 확보가 최대급선무"라고 밝혔다. 당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이어 위성 발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최종 단계로 돌진한 것이다.
이 같은 북한의 정면돌파는 처음이 아니다. 올 상반기 한미훈련 기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최신 무기인 핵무인수중공격정 등을 동원해 한미 양국을 겨냥한 도발에 나섰다.
북한은 5월 31일 첫 정찰위성 발사에 나섰다가 처참하게 실패했다. 발사체가 문제였다. 발사 직후 북한 당국이 전면에 등장해 잘못을 인정할 정도로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이후 불과 3개월이 지났다. 북한의 기술적 완성도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석 달 만에 북한이 위성 재발사에 나선 것은 최근 러시아 기술진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이번에 예고한 추진체 낙하 지점은 5월 발사 때와 같다. 같은 위성과 발사체를 반드시 성공시키기 위해 다시 쏜다는 의미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실패 원인을 찾아내 한미훈련에 맞춰 발사하려고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발사체 결함뿐만 아니다. 우주궤도에 올려놓을 위성의 성능이 문제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위성 발사 잔해를 인양해 지난 7월 분석결과를 공개하면서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위성으로서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일단 위성을 올려놓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한미일이 밀착하는 상황도 북한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3국 정상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 '증강된'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을 약속했다.
특히 3국 정상은 △우주 영역의 위협 △국가 우주전략 △우주의 책임 있는 이용과 관련한 ‘우주 안보 3자대화’를 강화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이날 한미훈련과 연계해 전시 민관군 우주자산 통합운용 회의를 열었다. 한미일의 대북억제 범위가 우주로 확장된 것이다. 위성 확보에 혈안이 돼 있는 북한으로서는 다급할 수밖에 없다.
이에 북한은 한미일 3국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한미) 전쟁연습에서 (한미일 정상의) 캠프 데이비드 모의 시 조작된 합의사항들이 추가로 실행된다면 조선반도에서의 열핵대전 발발 가능성은 보다 현실화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한미일 안보 밀착에 반발해 위성 발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될 만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