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협력 강화, 보고 싶은 것만 말해선 곤란하다

입력
2023.08.22 04:30
27면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한미일 3각 협력 강화에 대해 “우리 국민의 위험은 확실하게 줄어들고, 기회는 확실하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화된 3각 협력이 갖는 의미나 영향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려는 의지는 이해가 간다. 3국 협력의 제도화가 가지는 도발 억지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또 공급망 연대와 관련해 중국 러시아 등의 대외적인 도전에 한미일의 효과적인 대응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대내외의 싱크탱크와 언론은 3각 협력 강화가 갖는 ‘백래시’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미일 남방축과 북중러 북방축의 대립 격화는 물론이거니와, 중국은 브릭스 등을 통해 다각적인 세력 규합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우리를 향해서도 '바둑돌' 운운하면서 노골적인 압박과 조롱을 가하는 형편이다.

또 3자 협의 공약 등 3개 문건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법적인 게 아니라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준동맹이라는 표현은 과하다”고 선을 긋지만 미국 수뇌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는 다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5년 후, 10년 후, 20년 후에 3국 간 공식적인 동맹과 상호방위조약을 맺는 것은 우리가 가야 할 곳”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미일 방위동맹, 혹은 ‘아시아판 나토’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3국 정상회의 결과를 두고 좌우, 보수·진보 진영의 평가가 갈리는 면은 있다. 야당의 반대를 감안할 때 준동맹 논란을 빚는 '도전, 도발, 위협에 대한 신속 협의 및 공조' 조항과 관련해 공약으로 격을 낮추고, 국제법과 국내법적 의무가 없음을 명시한 데도 초당적 협력, 합의를 끌어내기 어려운 게 고려됐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3국 정상회의 성과 대국민보고라는 이름으로 설명할 때는 3국 협력의 리스크 요인에 대해서도 솔직히 밝히고, 합리적인 논박이나 대책을 들 수 있어야 했다. ‘한미일 협력의 새 시대’를 선언할 정도의 중요한 합의를 했으면 보고 싶은 면만 말해서는 곤란하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