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이를 둘러싼 당내 계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검찰이 다음 달 정기국회에 맞춰 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친이재명(친명)계와 이 대표가 당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조사에 임해야 한다는 비이재명(비명)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조만간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에 소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이 해당 조사 후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 검찰 조사 일정 등을 고려하면 영장 청구시점은 9월로 점쳐진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이후 비회기 중 영장 실질심사에 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이달 21~25일 중에 본회의를 열고 그다음 주는 이 대표가 법원에 출석할 수 있도록 회의를 열지 말자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기대와 달리 영장이 9월에 청구된다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두고 표결을 거칠 수밖에 없고 민주당 역시 '방탄 논란'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정기국회 개시 후에는 12월 9일까지 100일간 회기 중단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민주당은 이에 검찰을 향해 구속영장을 신속하게 청구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19일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가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이후 검찰은 9월 국회 회기 중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무차별로 유포하고 있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면 쓸데없이 공무상 비밀누설을 그만하고 8월 국회 비회기 중에 신속히 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체포동의안 표결 시 이 대표가 취할 입장을 놓고 벌써부터 계파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친명계는 검찰의 영장 청구 전부터 체포동의안 부결에 목소리를 높였다. 정청래 의원은 20일 더민주혁신회의 전국대회에 참석해 "당대표를 무도한 검찰이 잡아가려 한다면 '왜 잡아가느냐. 잡아가지 말라'고 해야 할 국회의원이 '잡아가라'고 (체포동의안 찬성) 도장을 찍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비명계 의원들을 겨냥했다. 민형배 의원도 같은 자리에서 "정기국회 중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간단히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투표 거부로 이재명을 지키고 민주당을 지키면 된다. 투표가 시작되면 의원들이 일제히 빠져나오면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통해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하면서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를 남겨둔 만큼, 검찰의 영장 청구를 부당한 것으로 규정해 부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비명계는 이 대표가 입장을 정해 의원들에게도 가결 투표를 선제적으로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당이 반쪽으로 쪼개지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이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비명계 재선의원은 "체포동의안 투표 과정에서 분열이 생기는 것은 당에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이 대표가 스스로 '방탄은 하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