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 협력 새 시대 선언... 우리 책임, 도전도 커졌다

입력
2023.08.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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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일본 정상이 지난 18일 미 워싱턴 인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의 새 시대를 선언했다. 한미, 미일 동맹을 기반으로 한 느슨한 3국 협력이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더 공고한 안보협력체를 지향하면서 과거의 북핵 대응 차원을 넘어섰다. 인도·태평양지역의 새 질서, 준동맹, '아시아판 나토'라는 갖가지 평가가 나올 만큼 정상회의 결과의 의미나 파장이 매우 크다.

한미일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정신, 3자 협의 공약의 3개 문건을 통해 군사뿐만 아니라 경제와 기술, 공급망까지 포괄적인 연대와 협력에 합의했다. 특히 3국 국가안보보좌관, 외교, 국방장관 등 다층적 고위급 연례 회담,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체계와 3자 군사훈련 강화 등 한미일의 군사협력 수준이 업그레이드됐다.

주목되는 것은 역내의 도전, 도발, 위협에 대한 3국의 즉각적 협의와 공조를 약속한 3자 협의 공약이다. 사실상 준동맹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3국 정상은 공동선언에서 '중국'을 역내의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저해하는 주체로 거명하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유지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또 러시아에 대한 규탄 메시지와 함께 제재 이행에 한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러한 3국 협력 강화 선언은 우리와 안보, 경제적으로 밀접한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부르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에 한일이 가담함으로써 자국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북중러의 밀착과 대립구도 격화 역시 그 최전선에 있는 우리로선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날로 고도화하는 북한 위협에 맞선 3국 협력 강화는 불가피하다. 우리 국력 수준에 비춰 역내와 글로벌 현안에 대한 파트너십 확대나 책임을 외면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럼에도 공동선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후폭풍과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3국 모두 국내외 정치상황과 여론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탓이다. 국민적 동의 과정이나 초당적 의견 수렴 부재가 그렇다. 특히 일본은 과거사, 강제동원 문제 등 한일 현안에서 전향적 자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3국 협력의 심각한 균열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3국 협력 강화에 따른 대내외적 도전에 대비돼 있는지 성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