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20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에 대해 "동아시아 전략지형과 안보질서를 재편하는 이정표"라고 규정했다. 한미일 3자 협력을 제도화한 것은 물론, 협력 영역도 지역과 대상에서 대폭 확장했다는 사실을 주목할 성과로 꼽았다. 다만 '한미일 대 북중러' 간 대치구도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특히 중국과의 관계를 최우선시할 과제로 꼽았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는 "제일 중요한 부분은 한국과 미국, 일본의 정상이 따로 만나 (협력의) 정례화를 선언하고 제도화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미일 정상회의를 최소 연 1회 이상 개최하는 것은 물론, 외교·국방·재무 등 고위급 장관회의를 정례화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안 전 대사는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의 만만치 않은 국제정세를 고려하면 이 같은 협력체계를 만들었다는 것은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측면이 많다"며 "굉장히 긍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제프리 호넝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미국과 한국, 일본이 집중하고 있는 협력 영역이 한반도를 넘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나 오세아니아 등에서의 안보와 개발, 경제 문제로까지 확장됐다"며 "3국 정상들이 이해영역을 넓히고 역량을 강화했다는 점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넝 선임연구원은 특히 "(캠프 데이비드 원칙으로) 매우 많은 분야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다영역 군사훈련 방식에서 보다 제도화되고 체계화된 접근이 이뤄지면서 한미일 간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동아시아의 전략적 구도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전기이자 한국외교의 일대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위 전 대사는 "미국이 주도하고 우리는 따라갔다는 비판이 있지만, (이번 정상회의의) 핵심은 한일 협력이 강화됐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특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한일관계를 더욱더 견고한 것으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한 발언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실 다른 건 거의 그대로인데, 달라진 점은 한일파트가 격상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도 한일관계 변화에 주목했다. 신 전 대사는 "3국 협력체제의 조건은 결국 한일관계 정상화"라며 "그동안 가장 약한 고리였던 한일관계가 복원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에 따른 우려도 전했다. 그는 "한일관계를 빨리 정상궤도에 안착시켜야 한미일 협력체제가 실질적인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강제동원 문제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등과 관련해 대중의 목소리에 세심하게 귀 기울이면서 현재 관계 개선 노력을 설득하는 작업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 전 대사도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한) 분쟁의 소지는 여전하고 국내적으로 정리도 덜 돼 있기 때문에 향후 한미일 안보협의체제의 가변성은 결국 한국 정치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대중관계에 미칠 영향에 주목했다. 한미일 3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공동 위협에 즉각 협의하기로 한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이 북중러, 특히 중국에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규정했다. 천 전 수석은 예상되는 중국의 반발과 관련해 "중국이 한국과 대화하지 않으면 오히려 한미일 협력만 강화시켜 줄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있게 점진적 소통을 해나가야 한다"며 "오히려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가 중국에 대한 한국의 발언권을 강화시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두승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국도 한미일 결속 강화를 견제하고 있어 한미일 안보협의체제가 중국과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장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 연말 한국에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고, 일본도 중국과의 정상회담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한국이 정교한 대중 외교전략을 수립해 한미일과 북중러 간 긴장을 관리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