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대북 군사대응 '우주'로 확장... "궁극 목표는 3국 방위동맹"

입력
2023.08.19 12:00


“오늘날 미증유의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역내 가장 발전된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경제 대국으로서, 또 첨단기술과 과학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한미일 3국의 강력한 연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

18일(현지시간)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의 초점은 안보협력이었다. 3국 정상이 군사·경제·사이버 등 온갖 분야를 망라해 전방위 협력을 강조했지만, 한반도의 당면 위협인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건 당장의 생존이 걸린 최우선 대응과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한미일 안보협력의 수준을 어디까지 높일지가 최대 관심사다. 기존 한미·미일동맹과 달리 한일은 미국을 매개로 한 3각 협력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한일이 포함된 '동맹'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때마나 우리 정부는 "절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치곤 했다. 하지만 대북 군사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확장억제의 범위를 넓혀가는 과정에서 한미일 3국의 협력도 점차 동맹에 가까운 형태로 발전할 전망이다.

3국 정상은 한미일이 앞으로 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3국 간 방어훈련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연간 계획에 따라 한미일 훈련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미일 3국의 전략적 연계의 잠재력을 개화시키는건 시대의 요청”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은 능력이 있고, (우리에게) 없어선 안 될 동맹”이라며 “양국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3국 협력,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보다 한층 더 높게"

한미일 정상은 3국 회의의 공동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 “우리는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증강된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기존 3국 합의와 비교하면 '증강된'이라는 수식어가 새로 들어갔다. 앞서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3국 정상이 만나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한 이후 후속작업을 벌여오던 차였다.

따라서 '증강된 탄도미사일 방어'는 일단 기존에 3국이 추진해온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보다 한단계 높은 군사협력으로 보인다. 국방부에 따르면 3국은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지난 17, 18일 처음으로 시험가동했다.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도 “8월 중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를 위한 해상 탄도미사일 방어 경보 점검을 실시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간 한미는 한국군 작전통제소(KTMO-CELL)와 주한미군 작전통제소(TMO-CELL)를 통해 실시간으로 경보정보를 공유하고,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도 실시간 정보 공유체계를 가동하고 있지만 3국 간 실시간 공유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 하와이 연동통제소를 중심으로 주한미군의 TMO-CELL과 주일미군의 C4I(지휘통제시스템)를 연결해 3국의 실시간 체계를 갖출 전망이다.


3국 협력 우주분야로 확대... 북 미사일, 우주에서 대응?

이 같은 시스템 구축에 더해 탄도미사일 방어를 증강하기 위기 위한 공간으로 '우주'가 거론된다. 이번 3국 정상회의에서 △우주 영역의 위협 △국가 우주전략 △우주의 책임 있는 이용과 관련한 ‘우주 안보 3자대화’를 강화하기로 한 것과 연관돼 있다. 한미일 협력의 범위를 우주 분야로 확대하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언제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할 수 있는 ‘군사정찰위성’을 쏠 참이다. 지난 5월 발사에 실패했지만, 국가정보원은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에 다시 발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 미사일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한미일 3국의 확장억제 범위를 우주로 넓혀야 하는 셈이다. 일본이 5월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를 앞두고 “일본 영역에 낙하할 것을 대비해 파괴조치 명령을 내렸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한미일은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년간의 한미일 훈련계획 수립’을 언급했다. 3국이 여러 해에 걸쳐 시행할 군사훈련 계획을 짜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미리 중장기 방향을 설정해 그에 맞춰 군사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도발 직후 이에 대응하는 차원의 훈련뿐만 아니라 연간계획에 따른 3자 군사훈련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실은 “3국 정상 간에 최초로 다년간의 3자 훈련계획 수립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에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3국은 그동안 비정기적으로 실시해온 미사일 방어훈련, 대잠수함 훈련 등을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미사일 경보, 미사일 방어, 해상 훈련 등 훈련 종류를 늘려나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한국형 3축 체계’에 더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3국 공동의 역량을 확충하기 위한 조치다.

한미일 3국 상호방위조약 목표... "3각 협력 더 제도화되길"

이처럼 3국이 △군사협력의 범위를 넓히고 △훈련 횟수를 늘리고 △훈련 강도를 높이며 △전력의 상호운용성을 강화하는 건 궁극적으로 한미일 안보동맹을 염두에 둔 과정으로 비친다. 이와 관련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이 공식 방위동맹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묻자 "그것은 목표다. 결국 5년 후, 10년 후, 20년 후에 3국간 공식적인 동맹과 상호방위조약을 맺는 것은 우리가 가야할 곳"이라고 밝혔다. 한미·미일 간에는 현재 방위조약이 체결돼 있다.

이어 설리번 보좌관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공식적인 3국 동맹의 종착점을 "명시적인 목표로 설정하지 않았다"면서도 "우리는 한국·일본과 모두 강력하고 깊고, 수십 년간 오래된 양자동맹을 맺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협력이 계속 강화되길 바라고, 3각 협력이 더 심화되고 제도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일 양국의 부정적 여론을 감안해 당장은 '동맹'이라는 표현을 공론화할 수는 없지만, 한미일 3국이 공동의 비전을 추구하며 군사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면 결국 안보동맹으로 발전하는 건 당연하지 않겠느냐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