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기 화성시 이영권식품의 두부칩 제조공장은 대형 베이커리의 제빵실을 보는 듯했다. 직원 수 열다섯 명, 스탠딩 오븐 네 대가 있는 이 작은 공장에서는 재료 배합부터 반죽, 굽기까지 주된 공정을 자동화하지 않고도 하루 최대 1만6,000봉의 두부칩을 만든다. 똑같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아이러니하게도 기계 아닌 사람이 온도와 습도 등을 조절해야 한단다. 판매 유통을 맡고 있는 노태우 효성인터내셔널 영업팀 부장은 "겹겹이 층을 쌓기 위해 수작업하는 페이스트리처럼 두부칩도 좋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 손길이 닿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날은 롯데마트의 자체브랜드(PB) 상품 '오늘좋은 두부칩 귀리맛' 생산이 한창이었다. 3월 출시된 오늘좋은 두부칩은 5개월 동안 약 20만 개가 팔리면서 단숨에 인기상품으로 떠올랐다. PB 상품으로 나온 50여 개 과자 중 팝콘류 다음으로 높은 판매량이다. 회사 관계자는 "두부칩의 주 고객층은 30~60대 성인"이라고 설명했다.
여느 두부칩 공장과 달리 대부분 공정을 수작업으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은 품질 때문이다. 이를테면 반죽에 토핑을 붙이는 작업은 기계로 하면 토핑이 많이 붙지 않아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일히 사람이 손으로 한다.
이 곳도 자동화를 안 해본 건 아니다. 전병기 부사장은 "2021년부터 다섯 차례 기계 엔지니어를 섭외해 시뮬레이션을 해봤는데 실패했다"며 "공정 라인이 너무 길고 토핑할 때 과자가 잘 붙지 않는 등 품질이 떨어져 손으로 하는 작업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두부칩 만들기는 원료 저장실에 보관한 생두부와 계란, 밀가루, 버터 등을 자체 레시피에 맞춘 계량과 배합부터 시작이다. 보통 구운 두부칩이라 불리는 제품은 위탁업체에서 콩가루 등을 갈아 만든 펠릿(기계로 압착해 알갱이로 만든 재료)을 받아 한 번 기름에 튀긴 뒤 굽는 유탕 처리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이 곳은 직접 생두부를 사용해 물 없이 반죽하고 기름 없이 바로 구워 트랜스지방을 낮췄다는 설명이다.
계량을 끝낸 원재료는 배합기에 넣어 약 3분 동안 섞는다. 한 직원이 배합기의 속도와 시간을 조절해가며 반죽 농도를 맞추고 있었다. 바삭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서는 반죽 온도를 17.5도로 맞춰 공기층이 잘 만들어지게 해야 한다. 이후 성형실에서 직원이 두 명씩 토핑 작업대에서 틀에 넣은 반죽에 귀리를 뿌리는 식으로 토핑을 입힌다.
토핑을 입은 반죽은 스탠딩 오븐으로 옮겨졌다. 170도로 온도를 세팅하고 20분 가량 반죽을 굽는데 오븐 한 대당 틀 100판(1판에 96개)이 한꺼번에 들어갔다. 굽는 도중에도 직원이 오븐 속 반죽의 색깔을 살피며 시간을 수시로 조절했다. 이렇게 구워진 칩은 에어컨과 선풍기를 이용해 식힌 뒤 이물질이 있는지 살펴보고 포장하면 공장 밖으로 나갈 준비를 마친다. 이후 롯데마트 물류창고에서 최대 사흘 머문 뒤 점포 별 매대에서 소비자를 만날 수 있다.
지난해 연 매출 4억5,000만 원을 달성한 이 공장은 롯데마트 입점 6개월 만에 매출이 12억 원까지 올랐다. 올해는 대형마트 외에 편의점과 올리브영, 코스트코 등에도 입점을 진행해 연 매출 3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오늘좋은 두부칩은 애초 즐겁게 건강 관리를 하는 '헬시플레저' 소비 트렌드에 맞춰 기획됐다. 최진원 식품PB개발팀 상품기획자(MD)는 "성분표나 원재료를 꼼꼼히 살펴보고 식품을 사는 고객이 늘어 건강한 과자도 승산이 있겠다고 봤다"며 "3040세대를 타깃으로 한 만큼 커피, 차와도 잘 어울리게 만드는 데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두부칩은 건강한 과자라는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맛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했다. 부모의 관리를 받는 어린이와 달리 성인 고객에게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맛이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
토핑 곡물, 견과류, 건조 과일까지 스무 가지 재료를 반죽에 입혀보면서 시제품 테스트를 하는데만 몇 달이 걸렸다. 건조 베리는 당이 있어 반죽에 잘 달라붙고 식감과 맛도 좋았지만 일일이 손으로 반죽에 토핑을 박아야 해 생산 효율성이 떨어졌다. 고추장, 소금 시즈닝 등 짭짤한 과자 맛은 대체로 성인들이 좋아하는 맛이기는 했지만 담백한 맛의 두부칩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결국 두 차례 사내 테스트를 거쳐 두부칩과 가장 어울리는 토핑으로 고소한 율무, 귀리, 검정깨를 결정했다.
생두부 양을 14% 이하로 조절하고 버터를 더한 것도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두부를 많이 넣을수록 단백질 함량은 올라가지만 과자가 퍽퍽해지면서 맛이 떨어진다. 스테비아를 이용해 시제품을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단맛을 인위적으로 만든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고 결국 설탕을 쓰기로 했다. 여기에 마가린 대신 버터를 활용해 감칠맛과 풍미를 끌어올렸다.
두부칩은 단면의 색깔을 고르게 만드는 등 완성도를 높이는데도 공 들였다. 20kg에 달하는 버터를 원료 저장실에서 상온 해동하니 전체가 고르게 녹지 않아 구웠을 때 과자 끝 부분에 짙은 테두리가 생기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회사는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보관기를 따로 들였다. 해동기 온도를 40도로 맞추고 세 시간 녹이고 나서 24도로 낮춰 여섯 시간 녹이면서 과자의 단면 색깔을 일정하게 했다.
두부칩 판매로 수요를 확인한 롯데마트는 다양한 단백질 간식을 PB상품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프로틴이 함유된 바삭한 칩류와 제로슈거를 주제로 한 젤리류도 기획 중이다. 최 MD는 "건강한 과자들은 예전엔 어르신들만 즐기는 옛날 과자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다이어트나 건강을 생각하는 2030세대까지 주목하는 시장이 됐다"며 "젊은 층의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해 맛까지 좋은 상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