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아파트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얻는 방법, 바로 ‘청약’입니다. 청약은 앞으로 건축될 아파트의 분양자를 선정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요즘처럼 집값의 향방을 점치기 어려울 때 인기가 더욱 높습니다. 분양가는 보통 주변 시세보다는 낮게 책정되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나 청약 경쟁률이 백수십대 1까지 치솟았다는 소식을 접하면 기운이 빠지는 게 사실입니다. 과연 나한테까지 기회가 돌아올지 의문이 생기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신혼부부 등 특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주택을 우선 제공하는 ‘특별공급(특공)’ 제도를 활용하면 경쟁률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거든요. 실제 사례를 살펴볼까요.
지난달 서울 광진구에서 분양한 ‘롯데캐슬이스트폴’ 아파트는 일반공급(420세대) 경쟁률이 98.4대 1을 기록했습니다. 청약자가 4만1,344명이나 몰렸거든요. 그런데 특공(212세대)에는 5,225명이 청약해 경쟁률이 24.6대 1로 ‘뚝’ 떨어졌답니다. 이 정도면 청약 전에 특공 자격을 갖췄는지부터 꼭 확인해야겠죠. 한국부동산원의 도움을 받아 누가, 어떤 특공을 청약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청약 절차부터 간략히 짚어 볼게요. ①청약통장을 개설하고 ②한국부동산원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청약기관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아파트에 청약을 신청합니다. ③청약 당첨 뒤 적격 당첨자 검증만 통과하면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습니다. 이후 중도금과 잔금을 납부하고 입주하면 됩니다.
청약통장은 우리·KB국민·NH농협·신한·하나·IBK기업·DBG대구·부산·경남은행 등 9개 은행에서 1인당 1계좌만 개설할 수 있어요. 2009년부터 주택청약종합저축(종합저축)으로 청약통장 유형이 단일화해 유주택자를 포함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어요. 매달 일정액(2만~50만 원)을 납입하면 민영주택과 국민주택에 모두 청약 신청할 수 있답니다. 민영주택은 민간이, 국민주택은 국가·지방자치단체·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건설하고 공급하는 주택을 말합니다.
주택 공급 물량은 일반공급과 특공으로 나뉘어 분양됩니다. 일반공급은 신청 자격이 까다롭지 않지만, 전체 물량의 20~30% 정도라 경쟁률이 높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한 단지에 특공 1건, 일반공급 1건씩 총 2건의 청약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본래 청약은 당첨자 발표일이 같은 단지라면 1인 1건만 가능하거든요. 특공 자격이 된다면 특공 청약을 놓쳐서는 안 되겠죠.
특공은 청년·신혼·생애최초·다자녀·노부모 부양·기관 추천 등 모두 6가지 유형이 있어요. 지난해 12월 새로 시행된 ‘청년 특공’은 19세부터 39세 이하 청년 가운데 △한 번도 결혼한 적이 없거나 현재 미혼이고 △과거에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는 사람이 신청할 수 있습니다. 민영주택에는 없고 공공주택특별법을 적용받는 '공공주택' 중에서도 전용면적이 60㎡ 이하인 아파트에만 적용되는 특공 유형입니다.
청년 특공의 가장 큰 특징은 청약자 본인의 소득과 주택 소유 여부만 따진다는 것입니다. 주민등록등표본상 같은 세대에 속하는 세대원이 주택을 소유했더라도 본인이 청약 신청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무주택 세대 구성원이 아니라 ‘무주택자’에게 공급하기 때문이죠. 다른 청약은 기본적으로 전체 세대원을 기준으로 소득 등을 따진다는 점을 기억해 두세요.
청년 특공 청약자는 본인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원수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40% 이하여야 합니다. 또 본인과 부모의 총자산이 각각 일정 기준 이하여야 합니다. 총자산은 부동산과 자동차, 기타자산, 금융자산의 합에서 부채를 제외한 금액을 말합니다. 올해 기준으로 본인은 2억6,000만 원 이하, 부모는 9억7,500만 원 이하입니다.
신혼부부라면 기회가 더욱 많습니다. 특공 중 가장 많은 물량이 ‘신혼부부 특공’에 배정되거든요. 신혼 특공은 전용면적 85㎡ 이하의 아파트에 적용됩니다. 공공주택 신혼부부 특공의 경우, 혼인 후 주택을 소유한 경험이 없는 혼인기간 7년 이내의 신혼부부와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 6세 이하(태아 포함) 자녀를 둔 한부모가족이 신청 가능합니다. 청약 신청자 세대의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원수별 월평균 소득 기준 100% 이하(맞벌이 120% 이하)인 경우, 전체 물량의 70%를 우선 공급합니다. 나머지 30%는 130% 이하(맞벌이 140% 이하)에 공급됩니다.
만약에 공급 세대 수보다 청약 신청자가 많아서 경쟁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요? 공공주택의 경우 해당 주택 건설지역 연속 거주기간(3년 이상 3점), 자녀 수(3명 이상 3점), 종합저축 납입 횟수(24회 이상 3점) 등으로 가점을 매겨서 총점이 높은 순서대로 당첨자를 선정합니다. 동점자가 나오면 추첨을 진행하지요.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 특공(생애최초 특공)은 세대원 전체가 단 한 번도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경우를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결혼한 지 7년이 넘은 부부도 신청 가능하다는 이야기죠. 청약통장 가입기간과 예치 기준금액 등의 조건을 충족해 1순위 자격을 얻으면 100%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선정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신청 자격은 청약 모집 공고일을 기준으로 신청자 본인을 비롯한 세대 구성원 전원이 그때까지 한 번이라도 주택을 소유한 경험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신청자는 모집 공고일을 기준으로 근로자이거나 자영업자여야 합니다. 또는 과거 1년 이내에 소득세를 납부한 사실이 있어야 하죠. 생애최초 특공 자체가 성실하게 일해 왔음에도 집을 구하지 못한 사람을 위해 설계된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생애최초 특공 역시 기본적으로 신청자가 속한 세대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60% 이하(민영주택) 또는 130% 이하(국민(공공)주택)일 때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미성년 자녀가 3명 이상인 무주택 세대 구성원인 경우 ‘다자녀 특공’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현재 임신한 태아 역시 자녀 수에 포함되는데요. 국민주택의 경우, 연내에 기준 자녀 수를 3명에서 2명으로 완화할 예정입니다. 노부모를 부양하고 있다면 ‘노부모 부양 특공’이 적격입니다. 배우자의 부모를 포함해 65세 이상 직계존속을 같은 주민등록표등본에서 3년 이상 부양한 무주택 세대주일 경우에 신청 가능합니다.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사람에 대해서 국가보훈부나 국방부, 보건복지부 등의 추천 기관이 당첨 대상자를 추천하는 ‘기관 추천 특공’이 있습니다.
특공 청약 제도는 복잡합니다. 자격 조건의 세부 조건과 각종 예외 사항을 모으면 책 한 권이 나올 정도로 분량이 많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청약 자격과 과정을 총정리한 안내서 ‘주택청약의 모든것’을 출판했을 정도입니다. 청약에 당첨됐다가 뒤늦게 부적격 당첨자로 확인되면 당첨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이고 길게는 1년까지 청약을 신청할 수 없게 됩니다. 주문경 한국부동산원 청약운영부장은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당첨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부적격자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청약을 신청하면서 아주 사소한 내용을 잘못 입력해 부적격자가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청약 제도가 복잡하고 자주 개정되는 만큼, 청약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당장 내 집 마련의 계획이 없더라도 청약 홈페이지나 청약 관련 안내 서적을 통해서 꾸준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