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을 넘어 치유의 공간으로, 건강사랑방으로 거듭난 '일일호일'

입력
2023.10.10 04:30
24면
국내 최초 건강 내세운 '건강 책방'…주민 잇는 사랑방
건강 테마로 한 책 추천하고 소모임도 나눠
"이곳에서 건강에 대해 편히 쉬고 생각하길"


“카페 일일호일은 처음 간 날부터 즐겨 찾기로 마음먹은 곳이다. 서촌의 핫플레이스라거나 책방을 겸한 카페라서가 아니다. 대문 안쪽으로 처음 들어서는 순간 느껴진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았다.”
심혜경,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2022) 중

'매일 공부하는 삶'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심혜경(65) 작가의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매일매일 건강한 하루라는 뜻의 '일일호일'은 국내 유일의 건강 책방이다. 건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주민들을 서로 이어주는 '사랑방'이기도 하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의 일일호일은 심 작가의 표현대로 고즈넉한 툇마루와 감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반기는 따뜻한 공간이었다.

책방이 내세우는 '건강'은 다소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게 건강한 삶일까?' 의문이 생길 때 즈음 책방은 몸과 정신, 사회, 동물, 세상 총 다섯 가지 주제로 나눠 건강과 관련한 책을 큐레이션해 준다. 우리의 몸과 정신 건강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돕는 데에서 나아가 사회와 세상이 건강해야 우리 모두 건강해질 수 있다며 '건강'의 의미를 확장한 것이다. 건강 책을 매개로 주민들이 참여하는 여러 토론회, 강연 등도 수시로 열린다. 일일호일은 지난 2021년 제약·헬스 홍보 회사인 엔자임헬스 후원으로 문을 열었다.


책방의 이름이 알음알음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어린이 도서관과 연계한 참여형 프로그램은 10분 만에 수업 신청이 마감되기도 했다. 동네 책방 지원 사업인 '서울형책방'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선정됐다. 매니저 역할을 하는 김민정 책방지기는 "건강책방이라는 특성, 한옥과 나무가 함께 있는 마당이 선정된 비결 같다"면서 "무엇보다 네트워킹 장소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자랑했다.

일일호일은 어느새 서촌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했다. 책방이 만든 프로그램에 이웃을 초대하기도 하지만, 주민들 중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또다시 새로운 소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책방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자유롭게 교류하는 장이 된 셈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아픔을 겪는 사람들과의 소통도 활발하다. 유방암환우회와는 한 달에 한 번씩 책 읽는 모임을 꾸렸다. 책방 단골손님인 한국신장암환우회 백진영 대표는 "코로나19를 겪으며 환자와 보호자들이 우울함을 많이 느꼈는데 그때 정서적으로 위로를 해준 것이 책이었다"면서 "일일호일과 함께 일 년에 네 번 환자들에게 책을 보낸다"고 말했다.

감염병 위기를 공통적으로 경험한 이후 많은 이들이 건강과 노후 등 실존적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일일호일은 단순 책방을 넘어 쉼터 노릇을 톡톡히 한다. 일일호일을 처음 방문했다는 대학생 서현주(24)씨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도 있고 동물 책도 있어 건강에 대한 생각이 좀 더 넓어지는 느낌"이라면서 "책 읽다가 보이는 풍경이 배롱나무인 것도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일일호일의 궁극적인 목표는 어렵지 않게 일상 속에서 건강을 발견하고 교류하는 공간, 지친 이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매일매일이 건강한 하루였으면 좋겠어요. 물론 건강하지 않은 날도 있겠지만, 이곳에서 한 번쯤 건강에 대해 마음 편히 생각해 볼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해요."(김민정 책방지기)

박상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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