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수도권 위기론'을 언급하며 당에 쓴소리를 한 의원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경고하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경고 대상으로 거론된 윤상현 의원은 18일 "무엇이 위기인지 본질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게 진짜 위기"라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수도권 위기론은) 당에 대한 충정으로 말씀드린 것으로 당을 폄훼하거나 조롱할 의도는 추호도 없다"면서 "누구를 기분 나쁘게 할 그런 마음으로 한 게 아니라 당에 대한 진정성으로, 지도부를 지원하자는 마음에서 선제적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총선 공천 실무를 총괄할 이 사무총장이 16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함께 타고 있는 배에 구멍을 내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 못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재차 항변한 셈이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총선 성공을 위한 수도권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수도권 싸움은 영남권 싸움과 다르다. 수도권 거의 모든 지역이 1,000표, 1,500표 싸움인데 제3정당이 나왔을 때 누구 표를 많이 뺏어가냐, 국힘 표를 뺏어간다"며 "당이 좌초되면 일차적인 패배의 효과는 수도권 의원들에게 온다"고 했다. 이어 "무엇이 위기인지 본질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게 진짜 위기"라며 "저희 같은 인천 지역을 하루 종일 돌아다녀 보면 뭐가 위기인지 금방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의원 지역구는 인천 동·미추홀을, 이 사무총장 지역구는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 사무총장의 발언과 관련 당 비판 목소리를 내는 현역의원이 경고 대상이라고 짚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당을 공격하거나 당 진로와 다른 이야기를 심하게 해서 전체에 큰 피해를 입히는 경우는 자제해 달라는 부탁"이라며 "총선이 다가오니까 공천과 관련해 흉흉한 소문이 있다 보니 과도하게 해석됐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작은 배가 특히, 거기에 구멍 뚫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빨리 끄집어내야 하는 건 맞다. 현역의원들 중에 그런 분이 꽤 있다고 판단하고 (말한 것)"이라며 "사무총장이 당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그런 부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윤상현 의원이 (경고 대상에) 해당하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김 최고위원은 "윤 의원과 말씀을 나눠본 적도 없고, 그 내용이 윤 의원이라고 말씀드린 게 아니다"라며 "(윤 의원이 지도부를 비판한 발언도) 못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