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최근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일단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수입 증대 기대가 크지만, 한편에서는 자칫 유치 경쟁이 과열로 치달을 경우 역효과가 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규모 중국 단체 관광이 유발하는 각종 문제도 해결 과제다.
17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7억 원의 예산을 들여 유커를 데려오는 해외송출 여행사와 수도권 여행사에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내주부터는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와 연계해 이들 관광객에게 외국인 전용 관광패스 ‘비짓부산패스’를 20% 할인해 주고,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위챗과 연동된 항공권 및 호텔 할인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부산뿐만이 아니다. 지자체 간 유커 유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서울시는 중국 단체 여행객들을 지원하는 전용 창구를 개설하고, 500명이 넘으면 전담 직원을 배정해 특별 관리하기로 했다. 중국 최대 명절 중추절과 국경절 황금연휴(9월 29일~10월 6일)에는 유커 맞이 특별 환대 행사도 열 예정이다. 제주도와 대구시, 충남도 역시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특별 인센티브를 내거는 등 유치 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감염병 사태 후 처음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자체들의 적극적 유치 활동으로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역 여론도 환영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여행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불황에선 한 명이라도 더 관광객이 오는 게 중요해 지자체나 업계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너도나도 유커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 방침에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출혈 경쟁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는 것이다. 벌써부터 업계에서는 국내 여행사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현지 모집책에게 관광객 1인당 지불하는 수수료인 속칭 ‘인두세’를 내야 한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지자체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더라도 사람 늘리기 경쟁에 매몰돼 인두세까지 내면 수익이 떨어지는 저가관광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누구도 실익을 챙기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유커가 한국에 와도 제대로 된 국내 여행 프로그램과 연결되지 못할 경우 파급 효과를 내기 힘들 거란 의미다.
지자체 간 차별성이 없는 유치 전략도 한계로 꼽힌다. 대부분 지자체는 중국 현지 관광 홍보나 현지 여행업계 관계자 초청 행사, 유명 방송·온라인 활용 등 거의 비슷한 방식을 쓰고 있다. 다음 달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하는 중국 베이징, 상하이 ‘K-관광 로드쇼’만 보더라도 부산, 경기, 대구, 충북 등 많은 지자체가 동시에 참가한다. 전문가들은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식으로 중국 관광객들을 나눠 갖는 것”이라며 전략 부재를 질타하고 있다.
한꺼번에 들이닥칠 중국인 관광객들이 초래할 후폭풍 우려도 여전하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전에도 저가 단체 관광객이 제주 관광시장을 점령하면서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고 토로했다. 기내 소란 행위 및 흡연 예방 활동(부산경찰청) 등 일부 지자체는 치안대책을 준비하고 있으나, 쓰레기 무단투기나 소음 등 시민의 삶을 해치는 부작용은 불가피하다는 비판이 팽배하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과 같은 ‘중국 특수’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부산지역 한 면세점 관계자는 “최근 중국경제 상황이 악화한 데다 중국의 기술발전으로 국내 상품 선호도가 크게 떨어졌다”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않는 한 중국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동기 부여가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