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충동 반성" 민중미술가 임옥상, 성추행 혐의 징역형 집행유예

입력
2023.08.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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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피해자한테서 아직 용서 못 받아"
서울시, '기억의 터' 임 화백 작품 철거

원로 민중미술가 임옥상(73) 화백이 성추행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17일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화백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도 이수하도록 명령했다.

임 화백은 2013년 8월 자신의 미술연구소 직원을 강제로 껴안고 입을 맞춘 혐의로 올해 6월 기소됐다. 그는 지난달 열린 공판에서 “10년 전 순간의 충동으로 잘못된 판단을 했다.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하 판사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추행 정도, 범행 후 경과를 비춰볼 때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로부터 용서도 받지 못했다”고 질책했다. 다만 임 화백이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에게 2,000만 원을 공탁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임 화백이 유죄 판단을 받자 서울시는 일본군위안부를 추모하는 ‘기억의 터’ 등 시립 시설 내에 설치된 그의 작품을 철거하기로 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작가의 작품을 유지·보존하는 게 공공미술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임 화백은 50년 넘게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미술 분야에서 사회 비판적 성격의 작품을 내놨다. 2017년에는 광화문 촛불집회 모습을 묘사한 그의 대형 작품 ‘광장에, 서’가 청와대 본관에 걸리기도 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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