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의 ‘허위 서명 강요’ 의혹을 뒷받침할 이종섭 현 국방부 장관의 진술을 확보했다. “송 전 장관이 ‘계엄 문건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실제로 말한 사실이 있다”는 진술이다. 송 전 장관은 "그런 말을 한 적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공수처는 송 장관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아 이달 안에 기소 수순(검찰에 기소 요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 수사과(과장 손영조)는 이 장관으로부터 “국방장관 주재 간담회 석상에서 송영무 당시 장관이 ‘계엄 문건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는 취지의 서면진술서를 제출받았다.
문제가 된 시점은 2018년 7월이다. 당시 간담회에서 송 전 장관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해 “법조계에 문의한 결과,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 계획은 문제가 없다고 한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 보도 이후 송 전 장관은 군사보좌관과 대변인에게 지시해 ‘간담회 참석 인원 중 어느 누구도 보도내용과 같은 장관의 발언을 들은 바 없다’는 취지의 사실관계확인서를 만들고, 간담회 참석자들로부터 서명을 받은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이 제보를 입수한 공수처는 올해 초 내사에 착수했다.
공수처 수사 결과, 간담회에 참석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고위 간부 11명 중 민병삼 당시 국방부 100기무부대장(대령)을 제외한 10명이 확인서에 서명했다. 공수처는 5월 국방부와 국군방첩사령부 압수수색을 통해 서명이 이뤄지기 전 확인서 파일, 당시 간담회 참석자 업무수첩 등을 확보했다. 압수물에는 민 대령이 작성·보고한 기무사의 ‘장관 주재 간담회 동정’ 문건도 포함됐다.
송 전 장관의 서명 강요 정황을 확인한 공수처는 당시 합참 차장(중장)으로 회의에 참석한 이 장관, 서주석 당시 국방차관, 김유근 당시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 등 서명 대상에서 제외됐던 참석자들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해 진술을 받아냈다.
공수처는 간담회 참석자들에게 확인서에 서명을 하도록 강요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 이르면 이달 내 송 전 장관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를 요구할 방침이다. 공수처는 △법관(대법원장·대법관 포함) △검사(검찰총장 포함) △경무관 이상 경찰관을 제외한 고위공직자의 경우, 수사는 할 수 있지만 직접 기소할 수는 없다.
송 전 장관은 6월 공수처 소환조사에서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고, 간부들에게 서명을 하게 한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군사보좌관과 대변인은 확인서를 작성하고 서명을 받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확인서 작성은 스스로 했다”면서 송 전 장관의 지시 의혹은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