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에코프로 주식 1주를 54만 원가량에 매수했다. 7월 26일 최고점인 150만 원을 넘겼으니 이 시점에 매도했다면 주식 1주로 불과 두 달여 만에 100여만 원의 이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에코프로를 매수한 지 며칠 후 되팔아 이익은 전혀 보지 못했다. 투자가 목적은 아니고, 기자의 호기심으로 가끔 주식 1, 2주 정도를 산 뒤 기업에 대한 기사와 주가의 등락, 분석 리포트 등을 자세히 살펴보곤 한다.
5월 이후 이차전지 종목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에코프로 주식을 놓고 공매도 세력과 개인 투자자 간의 힘겨루기가 전개됐다. 외국계 헤지펀드 등 기관들은 5월쯤 에코프로가 50만 원대로 급등하자 주가가 과열됐다고 판단해 공매도에 나섰다. 공매도는 기관이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와서 매도한 후,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서 갚는 투자기법으로 주가가 내리면 그만큼 기관은 이익을 얻는다. 작은 소문에도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특성상 우리 주식시장은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의 ‘공매도 맛집’이라는 조롱을 듣곤 한다.
하지만 에코프로는 달랐다. 개인 투자자들은 에코프로를 두고 단단하게 뭉쳤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커뮤니티 게시판 등을 통해 서로 지식과 정보를 나누고, 독려하며 오히려 가격 하락을 막고 버텼다. 이 과정에서 경제 공부의 장이 펼쳐졌다. 기업의 투자가치 계산 방법부터 이차전지 산업 전망, 거시경제, 소재의 가격 정보까지 공유하며 함께 공부에 나섰다. 덕분에 증권사의 비관적인 리포트나 부정적인 기사에 쉽게 휘둘릴 것으로 예상됐던 에코프로는 6, 7월 연속 상승했고, 버티지 못한 공매도 세력은 오히려 큰 손실을 보고 말았다. 공매도한 주식을 오른 가격으로 되사들이느라 주가가 단기에 상승하는 ‘쇼트 스퀴즈’ 현상까지 두세 차례 벌어졌다. 2020년 외국인·기관의 매도 행렬에 개인 투자자들이 단체 매수로 맞섰던 ‘동학개미운동’에 빗대 ‘제2의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그러나 단일대오가 무너진 건 단기 이익을 노리고 뒤늦게 묻지마 투자에 나선 이들 때문이었다. 언론은 연일 이차전지 종목의 급등락을 경마 중계하듯 보도했고, 쉽게 겁먹는 개인은 사고팔기를 반복해 종목은 이유 없이 급등락을 반복했다. 주식 관련 커뮤니티 댓글엔 ‘엄마 아빠 이모 삼촌까지 이차전지에 뛰어들었다’는 푸념도 쏟아졌다. 마침내 어깨 겯고 싸우던 개인은 작은 균열에도 모래알처럼 흩어졌다. 주당 150만 원을 넘은 에코프로는 순식간에 무너져 불과 두세 시간 만에 100만 원 문턱까지 급락했다. 무지한 개인의 공포를 이용하는 기관은 미소 지었고, 심판 역할을 해야 할 금융당국은 팔짱 끼고 지켜만 봤다. 다시 공매도 맛집이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이 때문에 공매도 맛집에서 벗어나려면 개인의 경제 지식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 경제 체력이 탄탄해야 쉽게 휩쓸리지 않는다. 민주주의에서 배웠듯, 큰 힘에 맞서려면 준비된 개인과 조직된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국가가 나서 국민의 기초 경제 교육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교육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치듯, 기초 경제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 경제 지식을 갖춘 국민은 건강한 경제 주체가 될 것이고, 경제 정책에도 목소리를 낼 것이다. 지금도 주식시장에서는 ‘초전도체’ ‘유커의 귀환’ 등 갈대 같은 투자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테마가 이어진다. 당장 기초 경제 교육이 시급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