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진료 전공의에 월 100만원 수당… 지자체의 '의료 소생술' 성공할까

입력
2023.08.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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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전북 연 1200만 원 전공의 수당 도입 
"병원별 10명에 불과해"… 실효성 의문도
"인기과가 왜 혜택을" 나눠먹기 논란까지

전국 곳곳 의료현장이 필수 진료과목을 담당할 의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와 전북도가 레지던트(전공의) 수당을 도입했다. 금전적 보상을 내걸어 단 1명이라도 붙잡아야 하는 절박한 지역의료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22일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강원은 5월부터 도내 대학병원 4곳(춘천 강원대병원ㆍ한림대 춘천성심병원ㆍ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ㆍ강릉아산병원)의 △내ㆍ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비뇨의학과 △응급의학과 △신경과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중 40명에게 월 1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당초 응급의학과를 비롯한 필수 진료과목이 지원 대상이었으나 일부 병원 요청으로 신경외과, 신경과, 마취통증의학과가 추가됐다. 올해부터 3년간 강원도가 전체 수당의 30%를, 병원이 자리한 지자체인 춘천ㆍ원주ㆍ강릉시가 70%의 예산을 부담한다.

앞서 전북 역시 지난해 말 전북대병원과 원광대병원, 예수병원의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외과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결핵과 등 6개 필수진료과와 방사선종양학과를 비롯한 6개 지원계 진료과목 전공의에게 1인당 연간 최대 1,200만 원을 지급하는 육성수당을 도입했다. 전북도와 3개 병원이 각각 예산의 50%를 부담한다. 전공의 수당을 마련한 건 당시 전북도가 전국 최초였다.

그동안 강원 속초 등 지방의료원이 수억 원의 연봉을 주고 전문의를 채용한 적은 있으나 전공의 수당 지급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지역 병원의 필수 진료과목 유지가 힘들다는 방증이다. 전북도는 “최소한의 안전망 구축을 위해 전공의 수당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전북도 내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은 25%에 그쳤다. 산부인과, 결핵과, 병리과엔 아예 지원자가 없었다. 어렵게 전공의를 구했어도 2, 3년 차가 돼 지역을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대열풍’과 별개로 이 같은 현실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이 마찬가지다. 졸업 후 의료사고가 우려되거나 밤샘 근무가 많은 전공을 기피하고 지방근무를 꺼리는 현상이 겹친 탓이다. 전공의 수당에 대해 다른 지차제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필수의료 지원을 위한 합동팀(TF)을 꾸려 지원계획을 마련하는 중으로 알려졌다.

광역지차제들이 고육지책으로 전공의 수당을 도입했지만 제도를 장기적으로 운영하려면 국비 보조 등 중앙정부 지원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높다.

강원과 전북, 두 광역지자체가 국비 없이 마련한 연간 지원 예산은 각각 2억7,600만 원(전북), 4억8,000만 원(강원)이다. 병원당 10명 정도밖에 지원을 받지 못하는 수준이라 실질적인 효과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국민의힘 박관희 강원도의원은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현재로선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 어려워 보인다”며 “전국 의료현장이 겪는 문제인 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와중에 얼마 되지 않은 예산을 전공의 구인난에 시달리지 않은 소위 인기과에 주는 ‘나눠먹기’ 논란마저 불거졌다. 강원도 내 한 대학병원에서 당초 지원 대상이 아니었던 마취통증의학과가 추가된 것이다. 이로 인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몫 수당은 절반으로 줄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A씨는 “마취통증의학과는 (강원 기준) 지난 4년간 한 번도 미달된 사례가 없었다”며 “이 분야 전공의가 혜택을 보는 게 과연 올바른 정책인지 의구심과 상대적인 박탈감이 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도 관계자는 “마취통증의학과가 지원 대상에 포함된 건 병원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며 “전공의 지원예산을 지금보다 50~80%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춘천= 박은성 기자
전주=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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