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막을 내리자마자 걱정한 대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네 탓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제대로 된 책임을 따지기도 전에 전직 대통령까지 가세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파행이 된 잼버리 대회를 국가 시스템 정상화의 계기로 삼지는 못할망정, 모두가 ‘면책’에만 급급해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잼버리 파행을 둘러싸고 상대를 향한 비난에만 몰두한 여야의 모습은 지켜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어제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이 총체적 무능과 실패로 끝난 잼버리라고 우기면서 책임 전가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고,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소한 이 정부 들어 있었던 준비 부족에 대해 인정하기를 바란다”고 받아쳤다. 여야 누구에게도 스스로의 책임에 부끄러워하는 발언은 들을 수가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국격과 긍지를 잃었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됐다”고 하면서 정치권 공방은 목불인견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주무 부처로 전북도와 함께 가장 책임이 큰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침묵하고 있는 사이, 김관영 전북지사가 어제 “개최지 도지사로서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마음의 상처를 입은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먼저 고개를 숙였다. 자체 감사에 나설 뜻까지 밝혔지만,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을 감안하면, 얼마나 진정성 있게 잘잘못을 가릴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조만간 감사원 감사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조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감사 결과에 따라 수사를 진행해 법적 책임까지 묻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잼버리 파행 책임은 전·현 정권은 물론 중앙·지방 정부가 맞물려 있다. 성역 없는 조사를 통해 책임을 정확하게 가려내지 못한다면 되레 사회적 갈등만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런 측면에서 여당은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조사도 수용할 필요성이 있다. 실추된 국격 회복을 위해서라도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책임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하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