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숨진 서울 서이초 교사 유족이 "경찰이 초기 수사가 부실했던 점에 대해 사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 수사 과정에서 학부모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초기 수사 부실 사과 여부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유감 표명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사망한 교사의 사촌오빠 박두용씨는 13일 공개된 오마이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5일 경찰서장이라는 분이 면담을 하자고 하셔서 작은아버지, 어머니랑 저희 가족이 다 갔다"며 "그때 경찰서장이 '우리가 좀 오해를 했다', '처음에 좀 부실했던 건 사과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유족은 일주일에 한 번 서초서에 방문해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으며 지난 5일에는 서초경찰서장과 면담을 했다.
유족들은 경찰이 사망 직후부터 사건을 빨리 종결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경찰은 초기에 이 사건을 남자친구 문제로 빨리 종결하고 싶어 했다. 수사 경찰은 '이 일이 교사가 교실에서 죽은 사건이라 학교뿐만 아니라 교육청이나 윗선 당국들도 다 관심 있게 보고 있어 이슈가 만들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처음에 경찰서에 들어갔을 때 경찰분들이 일기장에 있던 몇 개의 내용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여러 문제가 종합적이겠지만 남자친구와 결별하면서 힘든 문제들이 그런 선택을 하게 했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이때 경찰은 남자친구도 조사하지 않았다. 남자친구는 왜 안 만나냐니까 '우리는 권한이 없다'고만 말했다"고 초기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경찰 측은 박씨 주장을 모두 반박했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14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5일) 면담에서 유족들이 '경찰이 초기에 왜 남자친구와 헤어진 것으로 사안을 몰아갔느냐'고 질의했고, 이에 경찰서장이 사건 직후 부검 필요성을 유족에게 묻는 과정을 설명한 것이었다"며 "사과가 아니라 오해가 있다면 수사책임자로서 유감스럽다고 원론적 답변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수사를 빨리 종결하려 했다는 유족 측 주장에 "사망 당일 오후 유족에게 타살 혐의점이 없으며 일기장 등 내용을 봤을 때 자살로 보인다고 설명하고, 부검 여부를 물은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날 경찰은 현재까지 수사 과정에서 '연필사건' 학부모 등 숨진 교사와 관련해 4명을 조사했지만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씨 등 유족은 이달 중 '교사유가족협의회'를 발족할 계획이다. 박씨는 "지난 6년간 100여 명이 넘는 교사가 극단 선택을 했는데, 3주에 한 명꼴"이라며 "비슷한 아픔을 겪는 유족끼리 뭉쳐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6개월 전 사망한 서울의 한 사립초 기간제 교사의 유족도 만났다. 이 교사의 아버지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내 딸도 (숨진 서이초 교사처럼) 똑같이 죽었다"며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박씨는 숨진 서이초 교사의 어머니도 현직교사라고 밝혔다. 그는 "작은어머니가 '내가 선배 교사로서도, 엄마로서도 너무 미안하다.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숨진 교사를 향해서도 "다시 만나면 너에게 부끄럽지 않게 오빠가 최선을 다해 대신 싸워줄 거니까, 다 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