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남영진 KBS이사장 해임 제청안과 정미정 EBS이사 해임안을 의결했다. 매주 수요일 열리던 전체회의를 이례적으로 앞당겼고, 남 이사장이 청문 절차를 거부했는데도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방통위는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이사장 해임도 추진 중이며,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해임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야권 추천인 김현 위원이 퇴장하고, 여권 추천인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 2명이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일부 법인카드 사용내역, 회계, 출퇴근 시간 등의 문제를 내세우고 있는데 당사자들은 건건이 반박하며 법적대응까지 예고하고 있어서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심이 상당하다. 더구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해 놓고, 세월호 참사와 5·18민주화운동을 비하한 편향 인사(차기환 변호사)를 방문진 신임 이사로 선임한 것은 모순이다.
무리한 공영방송 경영진 물갈이 시도는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예외는 아니어서, 당시 해고된 고대영 전 KBS 사장은 지난 6월 대통령의 해임 처분이 위법했다는 최종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8개 해임 사유에 대해 일부 책임을 인정했으나, “KBS 사장의 임기제도는 공영방송의 독립성, 공정성,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필요에서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해임된 정연주 전 KBS 사장도 대법원에서 배임 혐의 무죄에 이어 해임처분 취소가 확정됐다.
새로 들어선 정부는 과거 정부에서 임명된 KBS, MBC 경영진의 중립성에 의심을 제기하고, 권력 비판적 보도에 불만을 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언론의 중요한 사명 중 하나는 살아 있는 권력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견제하는 데 있다. 정권마다 방송사 경영진 교체 논란이 재연되고, 이로 인해 정권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서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걸 더는 반복해선 안 된다. 내 편이 아니라, 흔들림 없이 국민 편인 방송이 되도록 방안을 마련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