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한미일 정상회의'가 그 유명한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릴 예정이다. 북중러 밀월관계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연대를 구축하고 있는 한미일 정상이 역사상 처음으로 이곳에서 만나기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
수도 워싱턴D.C.에서 약 100㎞ 떨어진 곳에 있는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 대통령의 공식 휴양지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 후 굵직굵직한 정상외교가 펼쳐지면서 역사적인 현장으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은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이집트의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 이스라엘의 메나헴 베긴 총리와 악수하면서 평화협정을 맺는 모습일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 외국 정상을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한미일 3국 협력에 대한 미국의 기대가 크고, 한일 정상들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신뢰가 깊기 때문이다. 3국 정상회담이 G7, 나토(NATO)와 같은 다자회의가 아니라 별도로 개최되는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일 3국은 매년 최소 한 번은 정례적으로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이미 합의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3자 간의 협력 제도화 방안 외에도 다양한 성과가 기대된다. 대북정책 공조 차원에서는 북한 미사일 및 사이버 정보공유, 한미일 연합훈련의 체계화, 대북 인권문제 공동대응 등을 사례로 들 수 있겠다. 경제안보에 있어서도 반도체 및 배터리 공급망, 에너지 협력 등 3국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예상된다. 더 나아가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지역 및 국제사회 안정과 평화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 해양안보, 국제환경 등에 대한 협력 강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다 좋은 얘기다. 그러나 캠프 데이비드라는 역사적인 기회에 일반 정상회담 때 다루기 힘든 문제들이 거론된다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공식 의제에는 없어도 한미일 3국 간 형평성 문제가 있는 이슈들을 다룰 절호의 기회다. 예를 들어 미일, 한미 원자력협정이 왜 다르게 체결됐는지 세 정상이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우선 1968년에 체결된 미일 원자력협정은 일본에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권리를 줬고, 이어 1988년 개정된 협정에서는 핵무기에 전용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일본의 우라늄 연료 20%이상의 농축도 미국이 인정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핵연료 주기의 완성과 상용화를 위한 '포괄적 사전동의'도 획득했다.
반면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을 여전히 불허했다. 재처리를 대신할 '파이로프로세싱'은 미국의 기술적, 경제적, 정치적 제어하에 아직도 연구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라늄 농축도 미국의 동의하에 20% 미만인 저농축만 가능하다. 이와 같은 차이는 미국이 비핵화에 대해 일본은 믿고 한국은 불신한다는 냉정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게 한다. 같은 동맹으로서 형평성에 어긋난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비확산 관료들이 불과 8년 전에 개정한 원자력협정의 재협상에 쉽게 응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해서 생각을 바꾸게 해야 한다. 즉, 이 문제를 꼭 한국의 핵잠재력 위협으로만 볼 게 아니라 한미일 3국의 동등한 신뢰구축, 그리고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과 개발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국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미국의 신뢰를 얻어 평등한 한미 원자력협정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가히 획기적인 성과를 낸 것으로 두고두고 평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