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파행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폭염 △위생 △기반시설 부족 등을 사전에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회 준비 명목으로 해외 현장시찰을 다녀온 결과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를 담당기관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국회 논의과정에서도 문제 삼지 않았다. 국회 또한 잼버리 파행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잼버리 대회 준비와 관련해 의원들이 해외 출장에 나선 건 두 차례였다. 2017년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의원 7명이 사전조사를 위해 앞서 잼버리가 열렸던 일본 야마구치현을 방문했고, 2019년 국회스카우트의원연맹 회장인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 등 5명이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열린 잼버리 대회를 참관했다.
이후 작성된 출장보고서를 살펴보면, 새만금 잼버리 파행을 빚었던 문제들이 모두 적시돼 있다. 일본 출장에서는 그늘 부족으로 인한 폭염과 간척지 지반 문제가 지적됐다. 당시 야마구치현 부지사는 "일본 잼버리 개최 장소가 한국과 같은 간척지라 염분이 많아 대회장으로서는 굉장히 힘들었다"며 "나무가 너무 없어서 그늘 대책을 위해 2012년 전국식목행사를 개최해 참가자들이 나무를 한 그루씩 심도록 했다"고 말했다. 일본 잼버리 관계자들은 "사전 잼버리에서 그늘 부족으로 열사병 사례가 몇 차례 발생해 본 잼버리에서는 각 허브를 기점으로 큰 흰색 천막(30m x 80m)을 5개 설치했다"고 우리 측에 설명했다. 또 "간척지 매립은 지반 자체가 약한 것이 문제"라며 "대회장을 준비하면서 나무를 심었지만 아직 염분이 남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잼버리에서는 화장실, 샤워시설 등 기반 시설을 두루 살폈다. 미국은 잼버리 영지 전역을 330개 시설 블록으로 나누고, 블록마다 성별이 구분된 화장실과 샤워장을 설치해 운영했다. 또 전문 청소인력이 매일 시설을 청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반면 새만금 잼버리에서는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인원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일부 시설에서 남녀 구분이 되지 않았고, 위생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무성했다.
이처럼 국회가 사전에 해외 출장을 통해 각종 문제점을 파악했지만 실제 새만금 잼버리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여기에는 의원들의 무관심이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본보가 국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출장을 갔던 의원들이 이후 열린 상임위원회나 소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회의에서 관련 문제를 언급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심지어 미국 출장 의원 5명 중 2명(정종섭, 박경미)은 국회스카우트연맹이나 관련 상임위 소속이 아니었던 탓에 잼버리 준비라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외유성 출장'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