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함성 가득했던 상암벌... 유종의 미 거뒀지만 불편은 시민들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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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2 00:10

“안 그래도 금요일이라 차가 막히는데 오후 11시까지 통제하는 건 과하네요.”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에서 만난 강모(20)씨는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폐영식과 K팝 콘서트로 인한 ‘불금(불타는 금요일)’ 교통통제에 불만 섞인 목소리로 하소연했다.

이날 현장을 둘러보니, 예상대로 오후 9시 행사가 끝나자 월드컵경기장 주변은 쏟아져 나온 4만 명의 잼버리 대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늘에서 펑펑 터지는 불꽃놀이를 뒤로 한 채 대원들은 안내판을 든 가이드를 따라 버스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행사장 주변에 배치된 경찰관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연신 “생큐 코리아(감사합니다, 한국)”를 외쳤다. 미국에서 온 잭슨(16) 대원은 “전 세계 스카우트들이 한마음이 돼 공연을 보니 더 신이 났다”며 “잼버리 공식 일정은 종료됐지만, 한국에서 만난 친구들과 인연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경찰 등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K팝 스타들의 노력으로 12일간의 여정은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불편은 시민들의 몫이었다. 오후 9시 45분쯤 8개 시ㆍ도에 마련된 숙소로 가기 위해 대원들을 태운 버스 1,100여 대가 줄지어 도로로 나서자 늦은 밤까지 교통혼잡이 이어졌다. 강변북로와 상암사거리를 잇는 지하차도는 오후 10시부터 차량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여기에 광복절 연휴를 앞두고 교외로 빠져나가는 차량까지 몰리면서 상암동 일대는 극심한 교통난을 겪었다. 주민 최모(52)씨는 “잼버리 행사가 열리는 건 알았지만 교통통제 소식은 전혀 듣지 못했다”며 정부의 홍보 부족을 꼬집었다.

경기장 인근은 이날 아침부터 도로 정체가 심각했다. 교통통제는 오후 2시부터 예정됐으나, 행사 진행 관련 차량이 대거 집결해 차들이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오전 11시쯤에는 경기장 앞에 길게 늘어선 차량으로 상암사거리 방향 도로가 꽉 막혀 시민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경찰이 구룡사거리~경기장사거리 2㎞ 구간 양방향 통행을 전면 통제해 몇몇 버스는 노선을 우회할 수밖에 없었다. 느려진 교통 흐름으로 멕시코 스카우트단은 폐영식이 끝난 오후 7시에서야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다행히 오후 7시부터 시작된 콘서트에서 대원들은 뉴진스, 아이브 등 K팝 가수들이 등장할 때마다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화답했다. 벨기에에서 온 마우라(17)는 “BTS(방탄소년단)가 불참해 아쉬우나 신곡 ‘슈퍼 샤이(Super Shy)’를 자주 따라 부르는 뉴진스가 출연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잼버리 공식 일정은 12일 마침표를 찍지만, 정부는 나라마다 출국 일정이 다른 점을 감안해 끝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잼버리 대원들이 원하면 숙소 등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독일, 호주 등 일부 국가는 한국 전통문화 체험과 관광 등 추가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오세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