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태풍 카눈이 몰고 온 비구름과 백두대간이 자리한 지형적인 영향으로 400㎜가 넘는 극한호우가 쏟아진 강원 영동지역에선 주택이 침수되고 도로 곳곳이 끊기는 등 생채기를 남겼다.
강원지방기상청 집계 결과, 지난 9일부터 11일 오전까지 내린 비는 속초 402.8㎜, 삼척 궁촌 387㎜, 강릉 346.9㎜, 고성 대진 341.5㎜, 양양 하조대 305㎜, 동해 264㎜ 등이다. 비는 지난 10일 오전에는 강릉과 동해, 삼척에 오후엔 고성과 속초 등 동해안 남북을 이동하며 비를 뿌렸다. 태풍이 끌어들인 동해바다의 수증기와 백두대간이 만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속초에는 지난 10일 오후 2시쯤부터 시간당 91.4㎜에 이르는 극한호우가 쏟아졌다. 고성에도 비슷한 시각 시간당 80㎜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져 거진읍을 비롯한 주민 170여 명이 급히 몸을 피했다. 고성 거진읍 주민 김모(72)씨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오더니 눈 깜짝할 사이 집 앞까지 물이 차올랐다"며 "극한호우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강원지역에 내려졌던 태풍 경보는 이날 오전 6시를 기해 모두 해제됐다.
강원특별자치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고성과 속초 등지 561가구 869명이 경로당이나 주민센터, 친인척 집 등으로 일시 대피했고, 이 중 480가구 740명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귀가하지 않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당국의 선제적인 대피조치로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곳곳의 주택과 도로가 물바다로 변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강릉 등 동해안 6개 시군에서는 주택 23채가 침수됐고, 평창에서는 주택 1채가 일부 파손됐다. 강한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면서 나무가 도로 등으로 쓰러지고 강릉 아파트 봉벽이 붕괴되는 등 40건의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집계가 본격화하면 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많은 비로 한때 일부 구간이 통제됐던 동해안 7번 국도 응급조치가 마무리되면서 차량 소통이 정상화됐다. 도로 하부 통로도 이날 오전 중으로 통행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또 고성과 속초, 강릉 등 침수피해를 입은 지역의 경우 오후 들어 복구작업도 본격화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