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힘으로 내륙 한복판 종단… 한반도 태풍사의 '별종' 카눈

입력
2023.08.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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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태풍은 남·서해안→동해안 '우회전'
'별종' 카눈, 남해안 상륙 후 내륙서 북진
태풍 자가발전 힘 따라 서편해가며 이동

제6호 태풍 카눈은 한반도 내륙 한복판을 종단하는 특이한 진로를 통해 그간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던 태풍 가운데 단연 '별종'으로 기록될 참이다. 남·서해안에 상륙한 뒤 우회전하며 동해안으로 빠졌던 종전의 태풍들과 달리 내륙 정중앙을 관통하듯 이동했다. 강풍 영역이 500여㎞로 한반도 동서 폭(평균 300㎞)을 훌쩍 넘다 보니 내륙은 물론 주변 해역도 전부 영향권에 넣었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관련 기록이 확보된 1951년 이래로 카눈처럼 남해안에 상륙해 북쪽으로 직진하며 한반도 내륙을 관통한 태풍은 전례가 없다. 1989년 주디, 1991년 글래디스처럼 남해안 상륙 후 좌회전해 서해로 빠진 경우는 있어도, 수도권까지 그대로 북상한 사례는 없다는 것. 이날 오전 9시 20분 경남 거제에 상륙한 카눈은 대구를 지나 오후 6시쯤 충주에 도착한다. 대구까지 대체로 직진하다가 이후에는 보다 왼쪽으로 휘어 이동한다.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카눈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가장 오래 미치는 형태로 종단을 하는 것이 문제"라며 "태풍 세력이 한반도 동서는 물론 해역까지 다 포함하는 상황에서 느리게 북진하면서 영향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풍의 이동에는 지향류(태풍 진로를 결정하는 바람 흐름)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데, 지향류는 주변 기압계에 따라 형성된다. 통상 태풍은 남·서해안 부근에 상륙해 우측으로 대각선을 그리며 동해안이나 한반도와 일본 규슈 사이 대한해협으로 빠져나간다. 한반도 동편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형성되는 지향류에 의해 남서에서 북동으로 경로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카눈 주변에는 지향류가 없다시피한 상황이다. 한반도 주변에 '기압계의 빈 공간'인 안장부(2개의 고기압과 2개의 저기압이 맞닿아 있는 중심) 형태로 기압이 배치돼 있다 보니, 특정 기압이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형세다. 따라서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을 받기에 거리가 멀다. 또 제트기류와 관련된 상층 기압골도 중국 만주 지역에 멀리 위치해 있다. 박 분석관은 "상층 기압골 역시 태풍을 낚시하듯 엮어 빠르게 편서풍 형태로 동진시킬 수 있는 요소지만, 현재 카눈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카눈이 충청 부근을 지날 때까지는 미약한 지향류의 영향으로 수직에 가깝게 북상했으나 이후에는 지향류 영향이 사라지면서 속도는 더 느려지고 진로가 왼쪽으로 더 휠 전망이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태풍을 견인하는 주변 힘이 없을 때는 태풍 스스로 힘을 받아 느리게 움직이게 된다"며 "태풍 내에서도 바람이 빠른 우측은 고압부, 좌측은 저압부이고 바람은 고압부에서 저압부로 흐르다 보니 홀로 움직일 때는 서쪽이나 서북쪽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나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