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숭숭 뚫린 은행… 경쟁 촉진 앞서 내부통제 강화를

입력
2023.08.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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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직원들이 상장기업 내부정보를 이용해 127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DGB대구은행 직원들이 계좌 실적을 높이기 위해 1,000여 건의 불법계좌를 만든 사실도 어제 드러났다. 이달 초에는 BNK경남은행 직원의 500억 원대 횡령 사고도 있었다. 2금융권도 아닌 은행의 내부통제가 이 정도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국민은행 직원들은 2021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상장사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며 알게 된 정보로 해당 주식을 매매했다. 통상 주가에 단기 호재인 무상증자 전에 주식을 사들였다가 공시 후 주가가 오르면 매도하는 수법이었다. 해당 부서 직원이 17명인데 이 중 10명가량이 연루됐다니 조직적 범죄에 가깝다.

대구은행 직원들은 고객이 작성한 증권사 계좌 개설 신청서를 복사해 다른 증권사 계좌를 임의 개설했다고 한다. 불법 개설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안내문자(SMS)를 차단하기까지 했다. 한 지점이 아니라 여러 지점 직원들이 벌인 일인데도 은행 측은 까맣게 몰랐다.

앞서 경남은행에서 562억 원을 횡령한 직원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하면서 무려 7년 동안 범행을 저질렀다. 그런데 은행은 물론 금융당국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작년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 원대 횡령 사고와 수법도 비슷했다.

은행권 전반에 구멍이 숭숭 뚫렸는데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강화보다 경쟁 촉진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은행 과점 체제를 깨겠다며 진입 장벽을 낮추고 비은행권과의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불법계좌 개설이 적발된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는 건 그 일환이다.

금융은 신뢰 기반 산업이다. 한번 신뢰가 허물어지면 뿌리째 흔들린다. 경쟁을 촉진한다고 은행 문호를 마구 열어주고 비은행권 업무영역을 넓혀주면 건전성은 물론 내부통제가 더욱 허술해질 공산이 크다. 구멍 난 시스템을 촘촘히 메운 뒤 경쟁 촉진에 나서도 늦지 않다. 은행에만 맡기지 말고 내부통제망에 대한 감독부터 확실히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