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예계에 부는 '미정산 임금 소송' 폭풍

입력: 2023.08.11 11:25

송지효·지석진·서효림 등, 출연료 미지급 논란
아티스트 이미지 때문에 소송 기피
좋은 선례 남기고자 법적 대응하는 경우도

배우 송지효부터 지석진 서효림까지 적지 않은 스타들이 전 소속사를 상대로 미정산금, 임금 체불 등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쉬쉬하던 것과 달리 이들이 적극적으로 재판에 서는 이유는 '선례'를 위해서다. 앞서 유재석과 김용만 등이 총대를 멘 비슷한 사례가 있다. 이들은 받지 못한 금액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위해 앞장서는 중이다.

최근 송지효와 소속사 우쥬록스의 미정산 분쟁이 연예계 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송지효는 우쥬록스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미정산금에 대한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우쥬록스가 송지효에게 지급해야 할 정산금은 약 9억 8,400만 원이다. 우쥬록스는 직원들의 임금 체불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해당 논란으로 인해 박주남 대표는 자리를 내려놓고 물러났으나 정산 관련 갈등이 지속 중이다. 이와 관련 우쥬록스 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송지효 법률대리인 측은 상호 간의 신뢰를 지적하면서 "정산금 지급이 실제로 완료될 때까지 우쥬록스엔터테인먼트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지급이 이뤄질 때까지 송지효 측은 법적절차를 계속 진행할 예정임을 강조했다.

우쥬록스의 또 다른 연예인인 지석진 역시 정산 미지급 이슈에 휘말리면서 주변 스태프들의 생활비를 사비로 책임졌다. 9일 지석진은 유튜브를 통해 "알다시피 계속 여러 상황들이 물리적으로 안되니까 못 올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영상을 올리지 못했던 상황을 밝혔다. 이와 함께 지석진은 유튜브 채널 독립을 발표하면서 "예전에는 회사와 지분을 공유했으나 이제는 100% 내 지분으로 왔다"고 설명했다.

스타들의 미정산 분쟁이 화두에 오르면서 함께 일하는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등 역시 함께 월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알려졌다. 스타들은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면서 사비로 월급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의 스태프들은 대부분 20~30대의 사회 초년생인 까닭에 월급을 받지 못하면 생활이 어려운 처지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임에도 연예계에서 비슷한 사례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6일 배우 서효림이 전 소속사 마지끄를 상대로 정산금 미지급건과 관련한 소송에서 승소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효림 측 관계자는 해당 소송과 관련, 본지에 림은 2007년 데뷔 이후 16년간의 배우 활동을 해왔다. 서효림에게 법률적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라면서 우려를 표했다. 서효림은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영화 '인드림', 예능 '라디오스타', 기타 유튜브 콘텐츠 등의 출연료 및 가전제품 광고수입료 등 연예활동정산금을 지급받지 못한 상황이다. 64회에 걸쳐 약 6억 원을 횡령한 전 소속사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이는 배우들 만의 일이 아니다. 이경규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 장도연, 이은형 등이 지난 2020년 말 소속사이자 외주제작사인 A사로부터 출연료를 받지 못해 전속 계약을 해지했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이경규,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 장도연, 이은형 등 외에도 임금 및 퇴직금을 받지 못한 임직원이 미지급 사태 직후인 2021년 1월, 5억 8900만 원에 이르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해당 소송은 그해 6월 원고 승소 판결이 났다. 그러나 A사는 지급할 돈이 없다는 명목으로 여전히 미지급인 상태다. 피해 금액은 약 10억 원에 육박한다.

국내 연예인들의 출연료 미지급 사태는 수십 년 전부터 꾸준히 불거졌다. 가수 활동하며 정상급의 인기를 얻었던 김완선도 매년 100억 원 이상의 수입을 얻었으나 정산금을 1원도 받지 못했다고 밝히며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낸 바 있다.

이에 스타와 매니지먼트가 전속계약시 체결하는 표준계약서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표준계약서에 대한 강제성이 없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결국 자발적인 법규 준수에 대한 태도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스타가 이미지 훼손에 대한 우려가 깊을 수록 소송이나 법적 대응이 이뤄지기 힘들다. 스타들이 소송 중에도 '원만한 합의'를 보게 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어떤 직업이든 미정산금 논란은 있어선 안된다. 이는 직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송지효의 경우 전 소속사 측에서 은행문이 열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 주말이 껴 있다는 이유로 임금을 미룬 바 있다. 당시 송지효와 일하던 한 스태프는 미지급을 해결할 방법이 고발 외에는 답이 없다는 걸 알고 크게 분노하기도 했다. 연예계를 떠나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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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1명은 살아있는 미끼로"… 북한군의 '죽기 살기' 드론 대처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됐다가 사망한 북한군 병사의 수첩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에 대처하는 이들의 전술이 나왔다. 한 명은 사실상 목숨을 내건 '생미끼'가 되고, 다른 2명이 드론을 사격하는 방식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드론 공격에 '죽기 살기'로 어떻게든 대응하려 한 셈이다. 우크라니아군 특수작전사령부(SOF)는 26일(현지시간)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이 적힌 북한군 전사자 수첩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을 발견하면 3인조를 구성하는 게 1단계다. 이어 1명은 드론을 유인하고, 나머지 2명이 드론을 사격해 제거하는 게 골자다. 수첩에는 "유인하는 사람은 7m, 사격하는 사람은 10~12m 거리에 위치한다" "유인하는 사람이 가만히 서 있으면 드론이 멈추니 이때 사격자가 드론을 제거한다"고 써 있다. SOF는 "북한군의 전술인지, 러시아군이 알려준 방법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살아있는 미끼를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첩에는 포병 사격으로부터 빠져나오는 방법도 담겨 있다. 수첩의 주인은 "사격 구역에 들어갔을 경우 다음에 만날 지점을 정한 뒤 소그룹으로 나눠 벗어나야 한다"고 메모했다. 포병은 동일 지점을 계속 사격하지 않으므로, 이전에 피격된 지점에 숨으면 그 이후 사격 구역을 벗어날 수 있다고도 적었다. 이에 대해 SOF는 "24일 공개한 정경홍 병사의 수첩에서 추가 해석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정 병사의 수첩에는 "그리운 조선, 정다운 아버지 어머니의 품을 떠나 여기 로씨야 땅"으로 시작하는 한글 편지 문구도 적혀 있었다.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파병된 북한군은 탁 트인 지형과 드론 공격으로 큰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3일 엑스(X)를 통해 "쿠르스크에서 죽거나 다친 북한군이 3,000명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제주 해상서 어선 침몰

제주 해상 침몰 135금성호 수색 종료…9명 끝내 못찾아

지난달 제주 해상에서 침몰한 ‘135금성호’ 실종자 수색작업이 47일 만에 종료됐다. 이번 사고로 5명이 숨졌고, 실종 선원 9명은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제주해양경찰서는 지난달 8일 제주시 비양도 북서쪽 22㎞ 해상에서 발생한 135금성호 침몰사고 관련 수색을 24일 오후 6시를 기해 종료했다고 26일 밝혔다. 사고 해역에 있던 민간구난업체 소속 심해잠수사들과 해상기지선도 선사 측과의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지난 23일 철수했다. 또 제주시 한림읍 선원복지회관에서 실종 선원을 기다리던 가족들도 이날 모두 제주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135금성호 침몰 사고는 2019년부터 올해 11월까지 최근 5년간 국내에서 가장 인명피해가 많은 어선 사고로 남게 됐다. 135금성호 총 승선원 27명(한국 16명, 인도네시아 11명) 중 사망자는 5명(한국인 5명), 실종자는 9명(한국인 7명, 인도네시아 2명)이다. 해경은 실종자들이 조류를 타고 인접국인 중국와 일본에 떠내려갔을 가능성도 염두해 양국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47일의 수색기간 중 함선 1,128척, 항공기 171대가 동원됐고, 해안가 수색을 위해 해경·군·경찰·지자체․유관기관 등 1만2,800여명이 참여했다. 수중수색은 총 51회를 실시하는 등 대대적으로 수색했지만, 겨울 바다 특성상 기상 악화와 깊은 수심, 침몰 어선 주변 대형그물 등으로 인해 난항을 겪었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해경은 사고 당시 무게 129톤인 금성호가 240여톤의 어획물을 잡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시 금성호 유류량, 그물의 무게, 그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양 등의 수치를 산출해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에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한 시뮬레이션을 의뢰한 상태다. 해경은 또 사고 당시 금성호 인근에 있던 같은 선단 운반선 선장 A(70대)씨를 선원법상 구조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선원법 위반 및 유기치사)로 입건해 불구속 수사 중이다. A씨는 금성호 선체가 전복된 직후 25ｍ 내 근접거리에 있었지만, 구조 작업을 하지 않은 채 사고 현장을 벗어나 부산 남항으로 이동해 어획물을 위판한 혐의다. 해경은 운반선이 부산으로 회항하는 과정에서 선사가 관여했는지와 증거은닉 여부 등도 조사 중이다. 수심 90m 해저에 침몰해 있는 금성호 선체 인양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사망자와 실종 선원에 대한 보상 문제 등도 추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해경 관계자는 “47일간의 수색에 총력을 다했지만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가 있어 마음이 아프고,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침몰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