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탐은 진짜 '위험천만 단맛'일까

입력
2023.08.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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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제로’ 음료의 약진과 인공감미료의 역사

편집자주

※이용재 음식평론가가 격주 토요일 흥미진진한 역사 속 식사 이야기를 통해 ‘식’의 역사(食史)를 새로 씁니다.

‘제로’ 음료가 약진하고 있다.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로 단맛을 낸 음료들이 빠른 기세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는 얘기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에서 소비되는 전체 탄산음료 매출 중 제로 음료의 비중은 24.9%에 이른다. 3조8,160억 원 가운데 9,5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3년 만에 매출은 5배 성장했다.

제로 음료의 약진이 시작된 건 2019~2020년부터다. 굳이 수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곳곳에서 체감할 수 있다. 닥터페퍼를 필두로 맥콜이나 실론티 등 비주류라 여겨지는 음료들마저 제로 버전이 앞다투어 출시되는 현실이다. 아예 제로 제품만을 출시하는 음료들도 눈에 띌 정도로 많다. 모두 ‘마음껏 즐기고도 칼로리(cal)는 제로’임을 내세우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구색 맞추기식으로 주류 제품만이 제로 음료를 출시했던 것을 고려하면 정말 상전벽해 같은 변화다.


3년 만에 5배 성장한 제로 음료 시장

제로 음료는 어찌하여 이렇게 높은 인기를 누리는 걸까. 건강 관련 지표를 들여다보면 제로 음료의 인기를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성인 남녀 비만율은 각각 48%와 27%이다. 비만은 여러 성인병 가운데 특히 당뇨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 당뇨는 각종 당 섭취와 직결돼 있다. 전방위적으로 당의 섭취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걱정 없이 단맛만 취할 수 있는 제로 음료는 ‘신의 한 수’처럼 느껴진다.

단맛이 나는데 열량은 정말 걱정 안 해도 될까. 인공감미료는 너 나 할 것 없이 같은 양의 설탕보다 단맛이 수백 배 강하다. 따라서 미량만으로 만족스러운 강도의 단맛을 낼 수 있고 여기에 쓰인 열량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 열량이 너무 적기에 법적으로 ‘0칼로리’라 표기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0도는 아니지만 알코올이 미량이기에 법적으로 무알코올로 분류되는 맥주맛 음료의 세계와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콜라 250ml 55캔 분량... '발암 물질'의 이면

그런데 제로 음료는 정말 신의 한 수일까. 최근 아스파탐의 발암물질 분류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아스파탐은 제로 음료를 가능케 한 최초의 인공감미료이다. 1982년 다이어트코크가 출시됐는데, 1886년 코카콜라가 상표 등록을 한 이후 근 백 년 만의 신제품이었다. 그만큼 다이어트코크는 조금 과장을 보태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제품이었고 탄산음료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무지막지한 양의 설탕 때문에 탄산음료를 꺼렸던 이들이 덕분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며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환호는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암연구소가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2B군)로 지정한다는 방침이 전해진 뒤 갑자기 식기 시작했다. 아스파탐이 발암물질일 수도 있다니. 충격은 적지 않았지만 덮어놓고 걱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뉴스를 찬찬히 살펴보면 중요한 것은 ‘가능성’이다. 아스파탐을 비롯한 인공감미료의 대부분이 세상에 등장한 지는 100년도 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제서야 인간에게 미칠 수 있는 장기적 영향의 가능성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일일 섭취 허용량이다. WHO와 유엔(UN) 식량농업기구의 식품첨가물 합동 전문가 위원회가 1981년 정한 아스파탐 하루 권장 섭취량은 체중 1kg당 40mg. 체중 60kg의 성인이라면 아스파탐 함유 다이어트 콜라 250ml를 55캔 먹어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웬만큼 먹어서는 문제가 안 된다는 말이다. 게다가 아스파탐은 사실 구세대 인공감미료로 최근에는 아세설팜칼륨이나 수크랄로스 등이 널리 쓰인다. 코카콜라만 하더라도 아스파탐을 쓴 다이어트코크가 아닌, 아세설팜칼륨으로 단맛을 낸 코크제로가 주로 팔리고 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많이 쓰이는 인공감미료의 종류와 역사를 정리해 봤다.

사카린

다이어트코크의 41년도 짧은 세월은 아니지만 인공감미료의 역사는 그보다 훨씬 더 길다. 시작은 사카린으로 그 역사는 187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화학 교수 아이라 램슨과 제자인 콘스탄틴 팔 베르크가 타르에 포함된 화학물질의 산화 반응을 연구하다가 사카린을 우연히 발견했다. 우리에겐 ‘뉴슈가’로 알려진 사카린은 설탕(자당)에 비해 단맛이 300배나 강한 대신 쓴맛이 난다. 1977년 캐나다 국립보건연구소에서 쥐에게 실험해 종양을 발견했다는 결과를 발표해 사용이 제한되기도 했다. 그러나 1993년 국제식품첨가물 전문가위원회와 1995년의 유럽식품안전청에서 무해함을 입증해 이후 입지가 다시 점차 넓어지고 있다.

아스파탐

다이어트코크의 기적을 가능케 했던 아스파탐은 1965년 화학자 제임스 M. 슐래터에 의해 발견됐다. 그 후 1974년 미국 식약청이 식품 사용을 승인했다. 설탕보다 200배 단 아스파탐은 실제로 1g당 열량이 4cal이고 이를 실제 사용량으로 환산하면 다이어트코크 100ml당 1.2cal가 된다. 결국 1음료 1캔당 방울토마토 1개 분량의 열량을 지니니 무시할 만큼의 미량인 것이다. 단백질 합성물이라 혈당을 상승시키지도 않는다.

아세설팜칼륨

아스파탐과 비슷한 시기인 1967년 독일의 화학자인 칼 클라우스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 설탕보다 200배 단 아세설팜칼륨은 다른 인공감미료의 맛을 가려줘 한결 더 자당에 가까운 맛을 내주므로 배합해 쓰는 경우가 많다. 코카콜라제로에서 접할 수 있듯 수크랄로스와 함께 쓰인다.

수크랄로스

영국의 식음료 첨가물 기업 테이트앤라일에 의해 1976년 발견됐다. ‘스플렌다’라는 제품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설탕보다 단맛이 320~1,000배 강하다. 그래서 덱스트로스나 말토덱스트린 등을 95% 이상 첨가해 부피를 늘린다. 따라서 수크랄로스 자체는 0cal이지만 첨가제 때문에 스플렌다 같은 제품일 경우 1작은술당 2~4cal를 낸다. 설탕에서 추출해 단맛과 그 지속시간이 설탕과 매우 흡사하다. 아세설팜칼륨처럼 다른 인공감미료와 배합될 경우 단점을 보완하고 단맛을 증가시킨다. 설탕에서 추출해 안전 논란으로부터는 다른 인공감미료보다 자유롭다.


에리스리톨

많은 인공감미료가 설탕보다 몇백 배 이상 달지만 예외도 있다. 에리스리톨이 대표적인 예로 단맛이 설탕의 60~70% 수준이다. 1848년 스코틀랜드의 화학자 존 스텐하우스가 발견해 1852년 별도의 성분으로 분리됐지만 상용화는 1990년이 돼서야 일본에서 처음 이뤄졌다. 설탕만큼 단맛을 내지 않으면서도 촉촉함을 잃지 않아 제과제빵, 특히 케이크류에 많이 쓰인다.

스테비아

‘설탕초’라 불리는 스테비아잎에서 스테비오사이드를 추출해 인공감미료로 활용한다. 스테비아는 국화과의 식물로 중남미의 열대산간지방이 원산지다. 국내엔 1973년 들어왔다. 단맛이 설탕의 300배에 이르고 요즘은 가루 제품의 수요도 상당하다. 식품의 단맛을 내는 데도 쓰이지만 요즘은 농사에도 활용된다. 토마토, 귤, 키위 등의 재배 토양에 스테비아를 뿌려 당도를 증가시키는 방식이다.

알룰로스

알룰로스는 무화과나 건포도 같은 과일이 함유하는 단당류로 설탕에 비해 열량은 90% 낮고 단맛은 70% 수준이다. 1940년대에 처음 밀에서 확인한 알룰로스는 자연 상태에서는 소량만 존재한다. 하지만 1994년 일본 카가와 대학의 이즈모리 켄 교수가 과당을 알룰로스로 변환하는 공법을 발견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2012년 6월 미국 식약청이 제일제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식품에 활용하기에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규정했다. 반면 유럽 연합에서는 아직도 식품에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삼양사가 세계 최초로 비GMO(유전자변형 작물)로 알룰로스를 생산했다. 알룰로스의 대부분이 옥수수에서, 일부가 사탕무에서 추출되고 있다.

시클라메이트

설탕보다 30~50배 달아 인공감미료 가운데서는 강도가 낮은 시클라메이트는 단점 보완을 위해 사카린과 10대 1의 비율로 배합해 쓴다. 1937년 일리노이주립대학의 대학원생 마이클 스베다가 처음으로 발견한 시클라메이트는 1969년 쥐를 활용한 실험에서 발암물질로 판명나 한국을 포함 130개국에서 사용이 금지되고 있다. 유럽 연합에선 1996년부터 제한을 풀었다.

음식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