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으로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관리 체계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됐지만 3년 전 도입한 '외래치료지원제도'는 제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단체와 학계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역사회 지원 인프라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도입한 외래치료지원제도는 자신 또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해 입원하거나 치료를 받았던 환자가 치료를 중단했을 경우 다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기관이 지방자치단체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다. 정신건강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최대 1년까지 의료비가 지원된다.
지역사회의 치료 중단자를 위한 제도이지만 시행 이후 3년간 활용된 건 116건이 전부다. 2020년 20건, 2021년 32건, 지난해 64건이다. 의료기관이 외래치료지원을 청구하는 게 의무 사항이 아닌 데다 당사자가 치료를 거부하더라도 제재 방법이 없어 활용이 저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증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정신건강 관리를 받는 비율도 미미하다. 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지난해 12월 발행한 '국가정신건강 현황 보고서 2021'에 따르면 조현병, 분열형 및 망상장애 환자 중 지역사회 관리망에 편입돼 있는 비율은 11% 수준이다.
2021년 기준 조현병, 분열형 및 망상장애 환자는 23만554명으로 전체 중증 정신질환자의 35.4%를 차지했다. 이 중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된 인원은 2만6,274명(11.4%)에 불과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정신질환자 상담을 진행하고 중증 정신질환자 사례 관리를 하는데 나머지 89%는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정신장애 관련 단체와 학회들은 정신질환자가 계속 살아가야 하는 지역사회에 지원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촉구한다.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정신질환자는 치료와 퇴원 이후 지역사회로 돌아오지만 지역에서 이들에 대한 관심이나 지원은 없다"며 "지역 기반 사례 관리를 강화하고 지역에 거주하는 대다수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원 체계를 더욱 촘촘히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지난 6일 성명을 내 "퇴원 후 외래치료와 함께 지역사회의 사례 관리, 의료기관의 외래 기반 정신사회적 중재 및 사례 관리, 재활 및 주거시설 등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회복할 수 있는 체계로의 변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