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가 항생제 효과도 떨어뜨려..."84만명 조기 사망 가능성"

입력
2023.08.0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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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장대학과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기오염과 항생제 내성 연관성 입증
"항생제 내성, 빠른 속도로 생명 위협"

대기오염이 항생제 투약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기 중 초미세먼지(PM2.5)가 10% 증가할 때마다 항생제 내성이 1.1%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오염을 방치하면 2050년에 전 세계에서 84만명이 항생제 내성 문제로 조기 사망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대기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호흡기·심장 질환을 유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중국 저장대학 연구팀은 의학저널 ‘랜싯 플래니터리 헬스’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실었다.

2000년부터 2018년까지 116개국의 자료를 토대로 한 이 연구는 세균성 병원균 9종과 항생제 43종을 분석해 대기오염 수준과 항생제 내성 사이의 연관성을 밝히는 것이 목적이었다. 연구팀은 “대기 중에 오염된 입자가 항생제 박테리아를 변화시켜 약에 대한 내성을 촉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대기오염이 전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한 최초의 분석”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대기오염 방치하면 2050년에 84만명 사망"

유엔은 항생제 내성 증가를 “인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으로 간주한다. 항생제 내성에 의한 사망자는 연간 130만명에 달한다. 가디언은 “현재까지 항생제 내성은 오·남용이 주요 원인이었지만, 이번 연구로 대기오염 역시 항생제 내성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음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한국인의 항생제 복용량은 2019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가운데 세 번째로 많다.

초미세먼지는 국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만큼 항생제 내성 문제도 모든 국가, 모든 연령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2018년 초미세먼지가 유발한 항생제 내성으로 48만명이 조기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대기 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2050년에는 항생제 내성 수준이 지금보다 17% 증가해 이로 인한 사망자도 84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를 이끈 저장대학의 천홍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기오염을 줄이는 것이 그 자체로 이로울 뿐 아니라 항생제 내성 억제에도 효과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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