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이 연일 연중 최고가를 경신하며 L당 1,700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물가 부담이 다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정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날보다 7.2원 오른 1,695.06원이다. 연초에 1,500원대 안팎이던 휘발윳값은 이후 꾸준히 올라 매일 연중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경유 가격 역시 다르지 않다. 6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L당 1,300원대에 머물던 경유 가격은 이달 6일 L당 1,500원을 돌파한 뒤 이날엔 1,525.38원을 기록했다. 주간 휘발유·경유 가격은 4주 연속 오름세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는 2~4주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된다”며 “최근 국제유가가 10% 이상 올랐기 때문에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도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일(현지시간) 배럴당 81.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달 전보다 10.9% 뛴 가격이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85.34달러에 거래됐다. 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4월 12일 이후 최고치(종가 기준)를 찍은 전 거래일(4일)보다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배럴당 80달러 선을 크게 웃돌고 있다.
프랑스 3대 은행 중 하나인 소시에테제네랄(SG)은 최근 “브렌트유가 내년에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조치로 줄어든 공급과 달리, 경기 연착륙 기대 확산으로 수요는 늘고 있어서다.
널뛰는 국제유가를 지켜보는 기획재정부의 속내는 복잡하다. 당초 기재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를 검토해 왔다. 지난달 초순까지만 해도 국제유가가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세수 펑크’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국세수입(178조5,000억 원)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9조7,000억 원 감소했다. 유류세 인하로 인한 세금(교통·에너지·환경세) 감소분은 지난해 기준 5조5,000억 원에 달한다.
유류세 인하 연장 조치를 끝내 세수 결손 규모를 줄이려던 정부 구상은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는 유지하되 인하율을 축소하거나 내년 총선 이후로 종료 시기를 미루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서 앞으로 얼마나 오를지, 유류세 인하 종료 시 소비자 부담이 얼마나 늘어날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유류세는 휘발유 25%, 경유·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37% 각각 인하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