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 섭섭, 홀가분... 3만7000 잼버리 대원 새만금 탈출기

입력
2023.08.08 16:16
1014대 버스 동원, 8개 시·도로 수송
"민족 대이동 연상" 전세버스 총동원
아쉬움 한가득... 참가자들 만감 교차

“So sad(너무 슬퍼요).”

8일 오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전북 부안군 새만금야영장. 이른 아침부터 버스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서 끌어 모은 버스는 총 1,014대. 세계스카우트연맹의 조기 철수 결정에 따라 대원 3만7,000명을 수도권으로 실어 나르는 임무를 맡았다.

대규모 수송 작전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동이 트자마자 대원들은 텐트를 걷어내는 등 철수 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 텐트 밑에 설치된 팔레트도 몽골텐트 안에 차곡차곡 가지런히 쌓이자, 형형색색 텐트로 뒤덮였던 야영장은 점점 초록 빛깔을 드러냈다. 일찌감치 짐을 싸고 버스를 기다리던 일부 대원은 쿨링포그가 흩뿌려지는 덩굴터널 안에서 무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종일 어수선했던 대회장 분위기처럼 대원들의 표정에서도 복잡한 심경이 묻어났다. 폭염으로 지친 기색을 보인 대원도 있었고, 일부는 이른 일정 종료를 아쉬워하기도 했다. 홀가분한 얼굴로 손가락 하트를 그려 보이는 등 새 프로그램에 기대감을 드러내는 이도 있었다. 오스트리아 국적의 한 대원은 본인 키만 한 배낭을 짐칸에 욱여넣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많이 슬프다”고 했다. 멕시코 출신 한 참가자도 “좀 더 많은 다른 나라 친구들을 사귀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면서 ‘새만금 잼버리’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오전 9시 대만 참가자를 태운 첫 버스가 대회장을 떠난 것을 시작으로, 전세버스 행렬이 길게 꼬리를 물었다. 공중에서 바라본 야영장 풍경은 마치 명절 대이동을 연상케 했다. 세종시의회, 대전하나시티즌 축구단 버스까지 눈에 띌 정도로 버스 총동원령이 내려진 듯했다. 3만7,000 대원들은 서울과 인천, 경기, 충청 등 8개 시ㆍ도가 마련한 숙소로 흩어졌다. 7시간이 지난 오후 4시까지도 야영장을 떠난 버스가 680대(67.2%)에 그칠 만큼 전례 없는 수송 작전이었다. 자원봉사자 김모(42)씨는 “앞으로 부안에 이런 규모의 버스가 올 일이 있을까 싶다”며 “5만 명인 부안 인구 70% 이상이 빠져나간 셈”이라고 말했다.


대회장부터 서해안고속도로 부안IC로 향하는 도로 등 주요 지점에는 경찰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최고 단계인 ‘갑호비상’을 발령한 경찰은 순찰차 273대를 투입해 이송 버스를 에스코트했다. 조기 철수에 따라 10일까지 대회장에서 열리기로 했던 일일 방문객 프로그램도 전면 중단됐다. 조직위 관계자는 “대원들은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준비한 자체 프로그램과 정부ㆍ지자체가 마련한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출국하는 순간까지 안전하게 대한민국을 경험하고 행복하게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안= 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