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원이 넘는 회삿돈을 십수 년간 사적으로 유용한 김성훈 전 백광산업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백광산업은 막힌 배수관을 뚫는 용해제 '트래펑' 제조업체로, 김 전 대표는 법인자금으로 자녀 유학비를 대거나 해외여행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는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자본시장법 위반 및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김 전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그의 횡령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로 회계처리를 한(외부감사법·자본시장법 위반) 회계담당 임원과 법인은 불구속 기소됐다.
김 전 대표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 백광산업 자금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쓰고, 이를 은폐하려 가짜 회계보고를 한 혐의 등을 받는다. 횡령·배임 혐의 액수는 229억 원에 달한다. 그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고액 현금 거래 보고(CTR) 등 당국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1,000만 원이 안 되게 '쪼개기 인출'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대표는 이렇게 가로챈 회삿돈으로 호화 가족여행을 가는가 하면, 자녀 유학비에도 7억 원가량을 지출했다. 증여세, 소득세 등 세금 납부에도 회사 자금을 끌어다 썼다. 아울러 횡령한 돈을 백광산업 관계사에 대한 대여금으로 허위 계상하고, 해당 금액을 채무로 속여 허위 공시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2020년부터 3년간 회계담당 직원에게 횡령금의 구체적 출납 경위가 적힌 자료를 파쇄하라고 지시한 정황도 포착했다. 그는 2020년 3월 외부감사로 분식회계가 적발돼 검찰 수사를 받던 와중에도 23억 원을 추가로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7월 백광산업에 100억 원대 횡령 및 허위공시가 의심된다며 검찰에 참고 자료를 넘겼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김 전 대표는 올해 3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으나, 여전히 회사 최대주주(보유지분 22.64%)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 최대주주가 회사자금을 개인의 사금고처럼 사용하면서 법인제도를 형해화한 사건"이라며 "앞으로도 기업 비리 사범 근절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