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지속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젊고 외로운 늑대'가 증가하면서 흉기 난동 사건처럼 시민 대상 무차별 테러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백종우 경희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살인 예고글을 쓴) 피의자 중 20~30대와 청소년이 많았다"며 "코로나 시기 청소년·청년이 정신건강 측면에서 피해가 제일 컸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와 연결되면 갸우뚱할 수 있는데 코로나로 인한 첫 번째 파도는 코로나 자체 사망이고, 두 번째가 의료시스템 과부하로 인한 사망, 세 번째가 의료서비스 접근성의 저하로 인한 사망"이라며 "네 번째가 코로나는 지났는데 그동안 축적된 문제인 정신건강, 자살, 소진, 경제적 어려움이 폭발하는 걸 (이번 사건들이) 경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 교수는 코로나19에 따른 단절이 사회적 기반과 경제력이 약한 젊은 층에 더 큰 피해를 줬다고 봤다. 그는 "이런 재난이 왔을 때는 새로 시작해야 하거나 자원이 없는 사람들이 더 큰 타격을 받는다"며 "젊은 층이 더 타격을 받고 더 고립되고 어디선가 분노나 또는 절망을 감추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작년에 어떤 대학생의 자살 사망 이후 학생들을 만나다 깜짝 놀랐는데, 이 친구를 1년간 만난 학생을 한 명도 발견하지 못했다. 고립된 학생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고립된 젊은 층이 사회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 교수는 "혈연, 지연, 학연으로 인한 연결이 약화되고 1인 가구가 정말 많아졌는데, 어딘가에서 고립되고 절망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아닌가(싶다)"고 말했다.
해외도 비슷한 추세다. 백 교수는 "실제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가해자들이 온라인에 (살인 등을) 예고하는 것들은 해외에서도 많이 보고됐고, 젊은 세대가 많다. 심각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일본에서도 2000년대 중반 자살률이 피크(정점)였고 곧이어 아키하바라 사건 등 비슷한 70여 건의 테러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키하바라 사건은 2008년 6월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가토 도모히로(당시 26세)가 2톤 트럭으로 보행자들을 들이받은 후 차에서 내려 칼로 행인들과 경찰을 찔러 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사건이다. 가토는 범행 전 온라인에 범행을 예고했다. 이 사건은 일본 역대 최악의 무차별 테러 참사로 꼽힌다. 백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번 사건들을) 고립된 위험한 개인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있고, 이제는 우리도 위협받고 있구나라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국내 정신질환자 관리체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정신과에 오는 대부분은 스스로 알아서 온다. 문제는 본인이 강력하게 반대하거나 가족이 설득할 수 없거나 가족조차 없는 분들 중에 자·타해 우려가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라며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이 2017년부터 시행되면서 인권을 위해 입원을 좀 더 까다롭게 한 것은 맞는 방향일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이 굉장히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이나 정신복지센터에서도 위험이 크다고 해도 무슨 행동이 일어나기 전에는 제대로 개입을 못한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정신질환자 진단과 치료에 국가가 적극 개입한다. 백 교수는 "사법입원제(미국 독일 프랑스)나 정신건강심판원(호주 영국)을 운영하는 나라는 이웃이나 가족이 신고하면 일단 국가가 진단받도록 한다"며 "경증이면 알아서 하도록 하고, 우려가 있으면 외래치료 지원제도, 외래치료 명령제라고도 부르는 제도로 치료를 꼭 받게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이번 경기 성남시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을 벌인 최원종(22)씨에 대해 "피해망상과의 관련성은 있다고 본다"면서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고가 났을 때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니까 다 가둬야 된다'는 접근은 경계해야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