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적발된 금융권 횡령 1408억... "CEO 책임 물어야"

입력
2023.08.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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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반 횡령액의 78%가 지난해와 올해
우리·경남은행서 대형 횡령 사건 잇따라
환수율 12.4%뿐, 약 1600억 찾지 못해

최근 6년 반 동안 적발된 금융권 횡령액의 77.5%가 지난해와 올해 몰려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단일 건으로 가장 액수가 컸던 우리은행 사건을 제외하더라도 1년 반 만에 700억 원 넘는 횡령이 벌어진 것으로, 금융권 내부통제 체계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지적이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국내 금융업권 임직원 횡령 사건 내역'을 살펴보면,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금융업권에선 임직원 202명이 총 1,816억590만 원을 빼돌렸다. 횡령 규모가 가장 컸던 해는 지난해(30명, 826억8,200만 원)였으며, 올해도 7개월간 12명이 580억7,630만 원을 가로챘다.

연간 횡령액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2017년만 해도 89억8,870만 원, 2018년 56억6,780만 원에 불과했던 횡령 규모는 2020년 156억4,860만 원으로 처음 100억 원을 넘었고, 지난해에는 우리은행 직원 홀로 697억 원을 횡령한 사건이 터지면서 이 숫자는 800억 대로 크게 치솟았다. 최근에는 BNK경남은행에서 한 직원이 562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횡령·유용해 온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횡령 규모는 커지는 반면, 환수는 저조하다. 조사 대상 횡령 사건 중 환수된 금액은 224억6,720만 원으로 전체 횡령액의 12.4%에 불과했다. 특히 횡령 금액의 대부분(83.1%, 약 1,510억 원)이 은행에서 나왔음에도 불구, 은행권에서 환수한 금액은 약 115억 원(7.6%)에 그쳤다. 범죄 수익을 빼돌리는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정교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최근 드러난 경남은행 횡령 사건에서도 범인은 돈을 빼돌리기 위해 가족 명의의 페이퍼컴퍼니(SPC)를 세우고 그 회사 법인 계좌 여러 개를 사용하면서 자금 추적을 어렵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횡령 피의자가 남은 재산이 없다고 하면 추징이 불가능하다"라며 "환수하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못한 데다 임직원들의 준법의식도 취약했다는 것을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강 의원은 금융당국에도 책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우리은행 횡령 사고 이후 1년여 동안 연달아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 개선책을 발표했음에도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강 의원은 "금융권에 준법의식을 요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철저한 관리감독과 최고경영자(CEO)까지 책임을 묻는 강력한 제도개선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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