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에 엄한 중국, 왜?

입력
2023.08.06 15:33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중국에서 9년 만에 한국인 마약사범의 사형이 집행됐다. 광둥성 광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이 지난 4일 사형을 집행한 한국인 A씨는 필로폰 5kg을 판매 용도로 소지한 혐의로 지난 2014년 체포됐다. 2심제인 중국 사법제도에서 2019년 1심과 2020년 2심 모두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A씨에게 가족 및 영사 면회 기회를 준 뒤 형을 집행했다고 한다.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극형을 받은 건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 중국 형법 제347조는 아편 1㎏ 이상이나 헤로인·메스암페타민 50g 이상, 기타 마약을 대량으로 밀수·판매·운송·제조한 사람을 15년의 유기징역이나 무기징역, 사형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영국·러시아·일본·필리핀인 등도 중국에서 사형을 당해왔다. 마약이 국가의 근간을 흔든다고 보는 데다 유례없는 반(反)부패 드라이브로 민심 지지를 유도해온 시진핑 체제하에 더 엄해졌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중국 ‘100년 국치(國恥)’가 1840년 영국과의 아편전쟁으로 시작된 망국의 역사와 무관치 않다. 서방에 대한 민족적 분노도 한몫하는 것이다.

□ 미국의 마약 상황은 어떨까. 1970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처음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선언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미 전역에선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필라델피아 켄싱턴가(街)에서는 마약에 취한 노숙인들이 허리와 팔다리를 심하게 꺾은 기이한 광경이 3km나 이어진다. ‘좀비랜드’로 불리며 전 세계 언론에 마치 관광지처럼 인용될 지경이다.

□ 미중 간 패권전쟁 측면도 엿보인다. 미 정치권에선 펜타닐 원료의 주요 출처로 지목된 중국을 향해 경제적 압박수위를 계속 높이는 중이다. 펜타닐은 미국이 맞닥뜨린 가장 치명적 마약이다. 18~49세 사망 원인 1위로 교통사고와 총기사고 사망자를 더한 것보다 많다는 통계도 있다. 미중은 2018년부터 중국의 펜타닐 원료 생산자 단속에 협력하기로 했지만 양국 갈등이 악화한 뒤 느슨해졌다. 제국은 내부 타락으로 멸망한다고 흔히 말한다. 중국의 신장·위구르족 인권탄압을 서방이 부각시킬 때마다 미국 내 펜타닐 유통량이 늘어난다는 가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박석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