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와 티빙이 합작한 새 예능 '브로 앤 마블'. 화려한 골드 톤의 호텔과 사막에 홀리기엔 볼거리가 너무 많다. 팀마다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과 배신, 또 숨 가쁘게 굴러가는 주사위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보는 이들은 게임판 한가운데에 서 있다. 단순한 여행 예능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브로 앤 마블'은 쫓고 쫓기는 버라이어티의 완성판이다.
최근 이홍희 PD와 개그맨 지석진을 본지가 단독으로 만났다. '브로 앤 마블'은 세계적인 도시 두바이에서 8명의 브로들이 현실판 부루마불 게임을 통해 예측불가 여행을 펼치는 버라이어티 예능이다. 뱅커 이승기를 중심으로 유연석 규현 지석진 이동휘 조세호 조슈아 호시 등이 출연했다.
'브로 앤 마블'은 '실제 돈'으로 하는 현실판 부루마불 게임에 여행을 접목시켰다. 기상천외한 미션을 통해 재산을 불리고 최종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세 브로의 이야기, 이들을 농락하고 게임판을 뒤흔드는 뱅커 이승기의 모습이 관전 포인트다. 2주 연속 티빙 오리지널 중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했으며 지난달 21일부터 라쿠텐 비키를 통한 글로벌 서비스를 개시했다. 라쿠텐 비키 공개는 국내 OTT로는 첫 협업 사례다.
이홍희 PD는 가장 먼저 버라이어티 장르의 부흥을 큰 의미로 꼽았다. 이 PD는 "'브로 앤 마블'을 기획하면서 버라이어티 장르를 부흥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런닝맨'을 작업하면서 버라이어티의 재미와 플레이어들이 몰입하는 모습들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이홍희 PD와 지석진은 오래된 인연을 자랑한다. SBS '런닝맨'에서 PD와 연기자로 만난 두 사람은 깊은 소통을 토대로 지금의 '브로 앤 마블'로 결실을 맺었다. 지석진은 긴 시간 '런닝맨'으로 버라이어티 예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지석진은 "'버라이어티의 대가 끊기면 어떡하지' 하는 우려가 있었다. 버라이어티는 예능의 한 축인데 많이 사라졌다. 이 PD가 이 시기에 대형 버라이어티를 한다고 해서 대단하다고 했다. 버라이어티는 섭외부터 구성까지 힘든 일이다. 다른 이들도 그렇게 평가할 것"이라고 대견한 마음을 드러냈다.
최근 K-예능이 각종 OTT 플랫폼을 통해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런닝맨'이 선발주자, '솔로지옥' 시리즈와 '너의 목소리가 들려' '복면가왕' 등 다양한 개성의 예능들이 해외 판권 판매와 리메이크 등으로 위상을 알리는 중이다. '브로 앤 마블'도 해외 공개를 염두에 뒀단다. 이 PD는 "포맷이 해외로 뻗어나가기를 원했다. 해외에서 보더라도 룰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해외 시청자들이 '오징어게임'을 쉽게 이해한 것도 한국의 단순한 게임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예능 역시 너무 어려운 룰보다 쉬운 룰이 글로벌하게 먹힐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두바이일까. 이 PD는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화려한 도시부터 황량한 사막까지 다양한 그림을 보여줄 수 있었고 여기서 나오는 극과 극의 비교는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안길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 PD는 두바이 관광처를 비롯해 현지 장소 대관까지 모든 것을 직접 발로 뛰며 소통하고 논의를 마쳐야 했단다. 당시를 두고 이 PD는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고 돌아봤다.
팬들이 '브로 앤 마블'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멤버들 간 케미스트리다. 이 PD는 '꽃보다 누나'와 '꽃보다 할배' 작업 당시 예능 캐릭터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가장 친한 사람과 있을 때 나오는 본연의 성격이 예능 캐릭터로 만들어보자는 획기적인 구상이 '브로 앤 마블'의 라인업으로 완성됐다. 실제로 방송 내내 지석진 유연석 규현 이동휘 모두 연결고리가 있어 5일의 여정에서도 편안하게 말하고 행동한다. 이를 들은 지석진은 "라인업 구성에 이 PD의 계산이 다 있었다. 난 워낙 멤버들을 다 알고 있었다. 일을 안 해본 친구가 없다. 모두가 스스럼없이 다 친해졌다"고 밝혔다.
이 PD는 '브로 앤 마블' 멤버들을 향한 애정과 감사한 마음을 거듭 전했다. "단 한 명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10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4시간 쉬고 촬영을 했죠. 거의 못 쉬고 게임을 하고 밤에야 귀가했어요. 그런데도 어느 누구도 피곤하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형들이 정말 잘해주셨어요. 덕분에 좋은 기운들이 모이고 모였습니다."
멤버들 역시 이 PD를 향해 강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지석진은 "이홍희 PD가 소통 능력으로는 국내 PD들 중 톱이다. 많은 연기자들이 좋은 이야기만 한다. '런닝맨' 멤버들도 그렇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유연하게 뛰노는 멤버들의 분위기는 이 PD 덕분에 더욱 활력을 가졌다. 실제 녹화 현장에서 이 PD는 과도한 디렉션을 하지 않았다. 전체적인 구성 안에서 출연자들이 진심으로 게임에 몰입하고 더 자유롭게 행동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웃음을 위해 주사위를 더 돌리거나 의도적으로 만든 재미는 이 PD와 출연진 모두 원하지 않았다. 지석진은 "녹화를 하면서 흔히 주사위 한 번 더 던지라는 말이 없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거짓말쟁이가 되어야 했고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 출연자들끼리 무언의 약속이 있었다. 신기하게 재밌는 상황이 나오고 덕분에 진정성 있는 리액션이 나왔다"고 회상했다.
뱅커 역할을 맡은 이승기는 이번 '브로 앤 마블'에서 큰 활약으로 여전한 예능감을 발휘했다. 이 PD는 "회사를 옮길 때마다 이승기와 작업을 했다. 맨 처음 '꽃누나'를 했고 '집사부일체' '라우드'까지 인연이 이어졌다. 이승기가 '나중에 네 프로그램 할 때 형한테 연락해'라고 했는데 이번에 약속을 지켜줬다.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긴 시간 함께 작업한 기간만큼 이 PD는 이승기의 장점과 매력을 잘 알고 있었다. 이승기를 속이는 기상 미션은 여기서 착안한 것이다. 덕분에 이승기가 출연자들에게 호되게 당하는 명장면이 탄생했다.
그는 "이승기는 리더십이 있다. 출연자 전체를 아우른다.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사석에서도 그렇다. 사적으로도 제가 많이 의지한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멤버들의 장점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이 PD는 "석진 형은 석진 형만의 매력이 있다. 이동휘는 반전 매력을 갖고 있고 규현은 한 두 마디를 말할 때 관통하는 재미가 있다. 상황을 꿰뚫어 보는 밀당 조절을 한다. 연석이 형도 예능적인 감각이 있다. 호시는 순간순간 대처하는 순발력이 좋다. 조슈아는 내성적이고 차분하지만 가끔씩 맑은 눈의 광인처럼 한다. 몰입도는 조슈아가 제일 좋다. 우승에 가장 진심"이라고 짚었다.
본격적으로 후반부에 진입한 '브로 앤 마블', 관전포인트는 우승을 위한 승부욕이다. 이 PD는 "석진이형이 예능적으로 전반부의 모든 것을 쌓았다. 후반부에서는 우승을 향해 브로들이 달려가는 모습이 정말 재밌다. 두바이 전역에서 레이스가 펼쳐진다. 후반부에서는 조세호가 끌어준다. 또 여행이 아니라 게임이라는 것을 더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