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서현역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 피의자가 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고 약을 끊은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되자, 2019년 '진주 방화·살인 사건'이 재조명받고 있다. 당시 5명을 살해한 범인 안인득도 십수 년간 조현병을 앓다 치료가 끊긴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똑 닮은 범행이 4년 만에 반복된 터라, 일부 중증정신질환자의 범죄 예방 대책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4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서현역 흉기 난동 피의자 최모(22)씨는 2020년 병원에서 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다. 사회적 관계를 맺지 않고, 대인관계에서 감정 표현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양상이 반복되어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는 앞서 2015~2020년엔 지속적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처방약을 복용했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저를 스토킹하는 집단 구성원이 많을 것 같은 서현역을 범행 장소로 정했다"며 피해망상적 범행 동기를 밝혔다.
이런 최씨의 이력은 2019년 4월 경남 진주시 방화·살인 사건의 범인 안인득과 닮아있다. 안씨는 당시 본인의 집에 불을 지른 뒤 아파트 계단으로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총 22명의 사상자를 냈다. 그는 체포된 후 최씨처럼 "나를 괴롭히는 세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 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이후 조사에서 그가 산재 처리 문제로 회사와 갈등하며 조현병 증상이 발현됐으며, 2010년 흉기 난동을 벌여 공주치료감호소에 입소한 뒤 조현병 판정을 받았단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에도 경찰은 피해망상을 범행 핵심 동기로 짚었다.
두 사람은 치료를 중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도 닮았다. 최씨는 최근 3년간 상담과 약 처방 등 일체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씨도 2016년 7월 치료를 중단한 지 약 3년 만에 범행을 저질렀다.
안인득의 범행 이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정부가 내놓은 중증정신질환 관련 대책은 단편적이었다. 2019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대책은 △전국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응급개입팀을 설치해 24시간 응급대응체계 확보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충원 △저소득층 치료비 지원 등에 그쳤다. 응급개입팀 설치의 경우 기존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평일 낮에만 운영됐던 터라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인력과 예산 등 문제가 지적됐다. 나머지 정책은 '재탕' 수준이었다.
이후로도 눈에 띄는 정책은 없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그 사이 정신질환 치료 인원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7년 222만775명이던 진료 인원은 2021년 302만1,149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최씨와 같은 20대 진료 인원은 21만3,991명에서 39만894명으로 약 83% 늘었다. 물론 분열성 성격장애나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이 범죄로 직결되는 건 아니지만, 전체 강력범죄 중에서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 등을 고려해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전문가들은 중증정신질환도 '국가 책임제'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가 책임제의 핵심은 공공 차원의 비자발 입원과 치료 책임 강화다. 현재도 경찰의 '응급입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행정입원'이 가능하지만 소송 우려 탓에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김영희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은 "가족이 비자발 입원의 90%를 책임지는 현재로선 (최씨처럼) 임의로 치료를 중단해 주변이 위험에 처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 급성 재발기엔 병을 인식 못하면서 자·타해 위험이 있어 특히 비자발 치료가 중요할 수 있다"며 "공공이 맡아 인권 침해 없이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