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국제 망신' 지적에 윤 대통령 부랴부랴 지시 쏟아내

입력
2023.08.0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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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방 버스, 냉장냉동 탑차 무제한 공급" 지시
임시국무회의서 예비비 69억 의결, 대통령 재가
한 총리 "중앙정부가 마지막 한 명 떠날 때까지 책임"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와 관련 '냉장 대형버스와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며 지시사항을 쏟아냈다. 폭염을 비롯해 열악한 여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도 미숙한 준비로 행사를 강행했다가 '국제 망신'이라는 비판이 무성하자 다급하게 수습에 나섰다. 긴급 지원을 위한 예비비 69억 원도 곧바로 집행하기로 했다.

尹, "냉방 대형버스, 냉장냉동 탑차 무제한 공급" 지시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폭염 대책 만전'을 당부하면서 다양한 지시를 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스카우트 학생들이 잠시라도 시원하게 쉴 수 있는 냉방 대형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학생들에게 공급되는 식사의 질과 양을 즉시 개선하고 현장의 문제점들을 정부 모든 부처가 총력을 다해 즉각 해결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휴가 첫날인 2일 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한 뒤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서 하루 묵었다. 3일부터는 대통령 별장 '청해대'가 있는 경남 거제 저도에 머물고 있다. 휴가 도중 직접 지시를 내려야 할 정도로 이번 사안을 시급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장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제대로 준비를 못한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대통령이 하나하나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당장은 책임 문제를 따지기보다 행사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기류다. 행사 일정이 12일까지로 아직 한창인 데다, 책임 소재 규명이 정치적 공방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예비비 69억 원 의결 및 재가… 한 총리 "즉각 집행"

한 총리는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 지시에 따른 잼버리 신속 지원 예비비 69억 원 지출안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는 이번에 의결되는 예비비 등을 즉각 집행해 잼버리 현장에서 온열 환자를 예방하고 식사와 시설, 위생, 안전 등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가 신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당부했다. 지출안은 의결 직후 윤 대통령이 재가했다.

오후엔 한 총리가 전북 부안 새만금 잼버리 현장을 직접 찾아 점검한 뒤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한 총리는 "지금부터 대한민국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마지막 한 사람의 참가자가 새만금을 떠날 때까지 안전관리와 원활한 대회 진행을 책임지겠다"며 "행안부를 중심으로 국방부를 비롯한 모든 중앙부처와 다른 지자체들이 합심해 주무부처인 여가부와 전북도를 지원하고 세계 스카우트연맹과 적극 소통하면서 남은 일정을 잘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늘막과 캐노피 추가 설치 △군의관·간호사와 응급 구조사 추가 배치 △충분한 클리닉용 냉방기와 발전기, 냉방버스 배치 △충분한 시설관리인력 확보 등을 긴급 지시했다.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가부 장관에겐 매일 아침 158개국 대표와 진행하는 회의에서 상대국의 우려를 좀 더 상세히 듣고, 우리 정부의 조치도 소상히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