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사람이 있어!"
소년이 비행기 창문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이렇게 소리쳤다. 그를 깜짝 놀라게 한 주인공은 김두식(조인성). 암호명으로 '문산'을 쓰는 안기부 최정예 요원이다. 하얀 구름 사이를 슈퍼맨처럼 날아다니며 적을 제압하는 비행 능력이 그의 특기다. 3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열린 디즈니플러스 새 시리즈 '무빙'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예고편 속 조인성의 모습이다. 그는 "어떤 날은 한 번도 땅에서 연기한 적이 없었다"며 웃었다. 몸에 줄을 달고 공중에서 총을 쏘는 등 비행 액션 장면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2015)을 원작으로 한 '무빙'은 '한국판 어벤져스'를 표방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초능력을 지닌 인물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김두식과 함께 국정원 비밀 요원으로 암약하는 장주원(류승룡)은 다쳐도 바로 치유되며, 이미현(한효주)은 누구보다 잘 보고 듣는다. 이재만(김성균)은 괴력의 소유자다. '무빙'은 이렇게 주어진 초능력을 숨긴 채 살아가는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를 그린다. 살인 병기 프랭크(류승범)가 초능력을 지닌 가족을 말살하려 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가족애를 중심으로 초능력을 지닌 소시민들이 일상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점이 해외 판타지 영웅물과 '무빙'의 가장 큰 차이다. 드라마 각본을 맡은 강풀 작가는 "초능력자를 내세웠지만 능력보다는 사람을 보여주고 가족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빙'에선 2000년대 청춘스타였던 조인성과 한효주가 부부로 나와 처음으로 부모 연기도 선보인다. 극 중 두 배우가 낳은 아들 봉석(이정하)은 부모의 초능력을 고스란히 물려받는다. 한효주는 "부모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란 걱정에 촬영 준비하면서 체하고 잠도 잘 못 잤다"고 "시청자께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스스로 (부모라는) 최면을 걸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선 20여 분의 하이라이트 편집본도 처음 공개됐다. 볼거리는 다양했다. 1990년대와 현재를 오가며 여러 시대의 풍경이 생생하게 재현됐고, 등장인물들의 초능력이 컴퓨터그래픽(CG)을 통해 박진감 넘치면서도 유머 있게 구현됐다.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무빙'은 특수효과 등으로 5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돼 블록버스터급으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촬영이 끝난 '무빙'은 CG 등 후반 작업만 꼬박 1년 넘게 걸렸다. 이성규 시각특수효과 총괄 슈퍼바이저에 따르면 '무빙'엔 7,000여 컷이 CG 작업으로 제작됐다.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에 보통 2,000여 컷의 CG 작업이 진행되는 것을 고려하면 세 배 이상 많은 규모다.
드라마엔 전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전계도(차태현) 등 원작에 없던 캐릭터와 이야기가 추가됐다. 버스를 모는 전계도 역을 연기한 차태현은 "번개맨 역할을 해야 해 EBS '번개맨' 공연 일부를 직접 배우고 버스를 몰기 위해 면허도 새로 땄다"고 귀띔했다. 총 20부로 제작된 '무빙'은 9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