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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루시오 우르투비오(후안 호세 발레스타)는 스페인에서 군대를 탈영해 프랑스 파리에 산다. 파리에는 그처럼 가난한 스페인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우르투비오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아나키즘을 접하고 금세 빠져든다. 전설적인 아나키스트 사바테 퀴시오(미키 에스파르베)와 만나면서 그의 신념은 더욱 단단해진다. 퀴시오는 우르투비오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다. 퀴시오는 돈을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설파한다. 퀴시오는 은행을 털어 가난한 자들에게 돈 일부를 나누어주고 나머지는 스페인 동지들에게 혁명 자금으로 보낸다. 우르투비오는 그런 퀴시오를 돕다가 인생의 길을 정한다.
우르투비오는 퀴시오와 은행강도가 된다. 퀴시오에게 범죄 노하우와 아나키스트로서의 규범을 배운다. 형사가 둘을 쫓으면서 은행털이는 힘들어진다. 우르투비오는 좀 더 대범한 생각을 하게 된다. 혁명의 훼방꾼 미국의 경제질서를 어지럽히겠다며 달러를 대량으로 위조해 유포할 계획을 세운다. 우연히 만난 대학생 안(리아 오프레이)은 우르투비오의 연인이자 든든한 동지가 돼 준다. 우르투비오는 쿠바 혁명을 이끈 체 게바라에게 접근해 위조 달러 유포를 함께 하자는 제안까지 한다. 요주의 인물로 눈여겨보던 경찰들이 우르투비오를 놓아둘 리 없다.
시간이 흐르고 경찰의 감시가 계속되어도 우르투비오는 신념을 꺾지 않는다.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방식의 혁명을 꿈꾼다. 제목이 의미하는 ‘행동하는 인간’ 그대로다. 아나키즘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 은행 돈을 훔치고 이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기를 반복한다.
우르투비오는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다.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상주의자다. 영화 속에나 존재할 만하다. 놀랍게도 그는 실존(1931~2020)했다. ‘맨 오브 액션’은 우르투비오의 삶을 뼈대로 허구를 보탠 영화다. 스페인 유명 극작가 알베르 보아데르는 그를 “풍차가 아닌 진짜 거인과 싸웠던 돈키호테”라고 평가했다.
우르투비오는 프랑코 독재에 맞서 싸웠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어린 그가 아버지를 위해 동네 은행을 찾아가 돈을 빌리려 할 때 은행 직원은 ‘공화주의파’라고 아버지를 비난한다. 기성체제에 대한 반감, 은행에 대한 적개심이 우르투비오의 마음에 어떻게 싹텄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화 만듦새는 현대판 로빈 후드라 할 매력적인 인물을 따라잡지 못한다. 은행강도와 달러 위조라는 범죄가 수시로 등장하고, 끈끈한 동지애가 화면에 스미나 스릴이나 감동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우르투비오라는,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의 행적은 그래도 흥미롭고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