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결과 불법 뒤집기 시도 기소 이후 미국 정치의 중심에 선 인물이 있다. 바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다. 트럼프 행정부 2인자로 4년을 일했지만 선거 패배에 불복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법 시도를 막으려 했던 그의 행동이 새삼스레 부각되고 있다.
펜스 전 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에 대해 “헌법에 맞섰던 사람은 누구도 결코 미국의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받아야 하지만 이번 기소로 그의 후보 자격에는 문제가 더 발생했다”라고도 했다.
이는 2021년 1ㆍ6 워싱턴 국회의사당 난입ㆍ폭동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책임론을 명확히 한 것이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비롯해 대부분의 공화당 대선 후보와 의원들이 이번 기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편에 선 것과 달랐다.
실제로 공소장에 따르면 펜스 전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결과 뒤집기 요청을 거듭 거부했다. 그가 2020년 크리스마스 인사를 하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대선 결과 인증을 위한 선거인단 투표 거절을 요청받았다. 이에 펜스 전 부통령은 “내가 결과를 바꿀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당신도 알고 있지 않나”라며 완곡한 거절 의사를 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새해 첫날에도 다시 펜스 전 부통령을 설득했다. 하지만 펜스 전 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등장을 막을 헌법적 권한이 없다”며 “그런 노력은 부적절하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신은 너무 정직하다”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담겼다.
결국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선거인단 투표 인증을 위한 상ㆍ하원 합동회의가 열리던 의회에 난입한 뒤 ‘펜스 (목을 쳐서) 걸어라’ 같은 구호를 외치는 위협 상황까지 번졌다.
지난 2년 반 동안 1ㆍ6 폭동 조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펜스 전 부통령은 “역사가 트럼프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사법 처리 여부에 대해서는 중립을 지켰다.
그러나 미 뉴욕타임스(NYT)는 “펜스 부통령은 올해 연방검찰과 만나 2020년 대선과 1월 6일 사이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논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이자 부통령으로서 ‘최고의 아첨꾼’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펜스 전 부통령의 '뒤통수 한 방'이었던 셈이다.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은 모습이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매우 성공적인 전직 대통령이자 차기 대선 공화당 경선 및 본선 유력 후보자에 대한 전례 없는 기소는 지난 3년간 미국에서 벌어진 부패와 실패를 전 세계에 일깨워줬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일 워싱턴 연방 지법에서 열리는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한다. 기소 사유를 알려주고 기소 사실 인정 또는 부인 여부를 심문하는 과정이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혐의를 전면 부정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