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대하여

입력
2023.08.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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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지난 정월대보름에 "내 더위 사라!" 하고 더위를 팔았는데도 올여름은 유난히 더워서 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연일 낮 최고 기온 30도를 훌쩍 넘고 있다. 이에 온열 질환 환자도 급증하고, 뱀마저도 더위를 못 이겨 도심에 출몰하는 일이 많다는 뉴스가 보인다.

인터넷 창에 '더위'를 검색해 보면 주로 기사에서 '무더위', '불볕더위', '찜통더위' 등 단순히 더위라는 말로는 부족한 형편이라 다양한 더위'들'을 제목에 드러내고 있다. 더위를 나타내는 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표적인 것이 '무더위'이다. 지금의 더위는 '무더위'이되 '강더위'로 보기는 어렵다. 무더위는 '습도와 온도가 매우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를 말하고 강더위는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고 볕만 내리쬐는 심한 더위'를 말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고온 다습한 여름을 나타내는 말로는 무더위가 제격이다.

이 외에도 더위를 나타내는 말에는 '일더위', '한더위', '된더위' 등 다양한 표현이 있다. 일더위는 '첫여름부터 일찍 오는 더위'를 말한다. 지금은 한더위를 지나고 있는데, 한더위는 '한여름', '한겨울'에서와 같이 '한창인'의 뜻을 더하는 '한'이 붙어 '한창 심한 더위'를 뜻한다. 몹시 심한 더위를 나타내는 말로는 '된더위'와 가마솥을 달굴 때의 아주 뜨거운 기운에 빗댄 말인 '가마솥더위' 등이 있다.

올여름은 참 혹독하다. 초여름부터 일더위가 찾아왔고, 장마철에는 비도 많이 내려 피해가 컸다. 장마가 끝나니 극심한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럴 때는 조그만 일에도 짜증이 나거나 지칠 수 있으니 마음도 잘 다스려야겠다.

이윤미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