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보냈더니 "폭염에 5시간 잔디서 대기...다 보이는 샤워장, 남녀 공용 화장실"

입력
2023.08.03 11:27
자녀 잼버리 보낸 학부모들 분통 
진행 미흡에 열악한 시설까지 '문제투성이'
"정부, 직무유기 아니냐" 대책 마련 촉구
주최 측 참가자에 '곰팡이 계란' 제공도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들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한낮 체감기온 40도에도 무리하게 대회를 진행하고, 샤워장과 화장실 등 시설이 열악하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1일 대회 개막 이후 발생한 온열질환 환자가 400여 명에 달한다.

잼버리 대회에 중학생 자녀가 참가하고 있다는 학부모 A씨는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전날 개영식하고 늦은 시간까지 통화를 했는데 (자녀가) 많이 지쳐 있더라"며 "더운 날씨에 이걸 왜 했나 싶다"고 밝혔다. A씨는 "아이들이 거기에 5시간 정도 앉아 있었고 나가고 들어오는 데 1시간 정도 걸렸다"면서 "탈수로 병원에 갔다 온 애들도 있는데, 내외빈 입장할 때 '모두 일어나 주십시오. 큰 박수 부탁'이라고 해 진짜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A씨 자녀도 행사 첫날 무더위에 열이 올라 구토와 오한 증상을 호소했다고 한다.

A씨는 행사 진행부터 기본적인 시설이나 위생까지 '문제투성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애들이 잔디에서 벌레랑 싸우고 있는데 25분간 알파벳순으로 입장, 나라들을 호명하는데 도대체 리허설을 한 건지 모르겠더라"며 "행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사전에 들은 정보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응급 상황 발생 시 매뉴얼도 안내받지 못했다고 했다. 또한 A씨는 "샤워실도 천막으로 되어 있어 옆에서 다 보인다는 거다. 화장실도 어떤 데는 남녀 공용이고 전기가 안 들어오는 데도 있었다더라"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A씨는 "잼버리 정신으로 야전은 해야겠지만 최소한 위생적으로 해야 하지 않냐"며 주최 측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정부와 관계자가 직무유기한 것"이라며 "사고가 터지고 나서 분석할 게 아니라 문제를 사전에 예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텐트에 선풍기라도 돌렸으면 좋겠고, 하다못해 애들이 (비상시 사용할) 휴대폰 충전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쓸데없는 데 돈 쓰지 말고 사고 나서 책임 물을 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투자하는 게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라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회 참가자들에게 지급된 '곰팡이 계란'이 논란이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전날 잼버리 참가자들이 조직위원회로부터 전달받은 식재료 가운데 구운 계란에서 곰팡이가 나왔다. 참가자들은 이날 1인당 계란을 2개씩 지급받았는데, 40여 명이 받은 계란 80여 개 중 6개에서 곰팡이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은 "국제적 망신이다", "준비가 부족했던 게 아니냐"는 등 반응을 보였다.

전북경찰청은 전날 오후 8시부터 진행된 개영식에서 83명이 온열질환으로 잼버리 내 병원에서 의료진의 처치를 받았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개영식이 끝날 무렵 여러 명이 쓰러지자 한때 대응 2단계를 발령한 뒤 구급차에 추가 출동 조치를 내리고, 오후 11시쯤 조직위에 부대 행사 중단 조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