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안녕하세요. 반려동물의 행동문제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치료하는 ‘하이 반려동물 행동 클리닉’의 원장 이우장 수의사입니다. 이번 사연처럼 고양이가 만져달라고 먼저 다가와서는 보호자를 갑자기 깨문다면 보호자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고 이해가 안 될 겁니다. 일단 저희가 감정적으로 대응하기에 앞서 왜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 고양이의 입장과 쓰다듬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이 반려동물을 쓰다듬을 때는 사람의 스트레스와 불안이 완화된다고 하는데요. 반려동물 또한 본인이 좋아하는 부위와 방식대로 만져준다면 보호자와의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반려동물과 보호자 간의 상호작용이 긍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 중요한 점은 고양이가 허용하는 부위와 허용하지 않는 부위를 명확히 알고 존중해 주는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것을 구분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이마, 턱, 귀 주변, 그리고 등 라인을 따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것을 선호합니다. 반대로 발(손), 꼬리 및 배쪽 부위는 신경이 예민하기 때문에 만지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다만 사람도 터치에 대해 예민한 사람과 둔감한 사람이 있듯이 각각의 고양이 또한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부위가 다를 수 있기에, 상호작용을 하면서 고양이의 바디 랭귀지를 잘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고양이가 엉덩이를 쳐주면 좋아한다는 일명 ‘궁디팡팡’ 얘기도 많이들 아시겠지만, 사실 이 또한 ‘냥바냥’ 이랍니다.
지금 사연처럼 고양이가 만져달라고 왔는데 만지다 보니까 심하게 무는 경우는 ‘러브 바이트’가 아니라 ‘이제 그만’ 또는 ‘거긴 아니야!’라고 표현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사연처럼 심하게 물기 전에 미묘한 몸짓과 행동으로 싫다는 표현이 먼저 나타나기 마련인데요. 좋아하는 부위를 만졌을 때는 골골송을 부르거나 얼굴을 보호자의 손에 비비거나 눈을 반쯤 감는 모습을 보이는데, 싫어하는 부위를 만지거나 좋아하는 부위도 너무 오래 만지다 보면 싫다는 표현으로 귀가 뒤로 향하거나, 꼬리가 양옆으로 튕기듯이 움직이거나, 피부가 움찔움찔 하거나, 심지어 동공만 커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뚜렷한 표현으로는 발길질 또는 하악질 등을 보일 수도 있고요. 고양이 피부는 워낙 예민하기 때문에 쉽게 과잉자극 되기 마련인데요, 결국 싫다는 표현들은 과잉 자극되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사연으로 돌아와서, 고양이가 먼저 다가와서 만져달라고 울다가 싫어하는 부위를 스치기만 했음에도 문다면 몇 가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고양이가 다가와서 우는 것이 정말 만져달라는 요구성 울음인지, 아니면 배고프거나 놀아달라는 다른 형태의 관심 끌기 행동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만약 만져주면 울음이 멈추고 좋아하는 부위 위주로 만졌을 때 골골송을 부르거나 한다면, 만져달라는 얘기가 맞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보호자의 반응 또한 중요할 수 있는데요, 보호자께서 만져줄 때마다 냥이가 ‘이제 그만’이라는 신호 (꼬리 튕기기, 동공 확장 등)를 이전부터 주었는데,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 만졌다면, 미묘한 신호들 대신에 확실하게 상호작용을 종료하는 ‘물기’로 악화되었을 수 있습니다. 또한 고양이가 다가오거나 보호자의 무릎 위에 올라오거나 심지어 몸을 비빈다고 해서 ‘나 만져주세요’는 아닐 수 있습니다. 그냥 곁에 있는 것을 원하는 경우도 있으며, 정말 만져달라고 하는 경우라도 결국엔 허용 부위와 시간을 존중해줘야 합니다.
결국 현재 문제에서는 고양이가 싫어하는 부위를 만졌을 때 무는 것에 대해 고양이를 훈육하는 방법은 오히려 보호자의 신뢰만 잃게 되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오히려 쓰다듬을 때 맛있는 음식 또는 최애 간식을 함께 제공하다 보면 점차 만지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 생겨 허용하는 정도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마치, 내가 싫어하는 것을 참기 위한 동기부여를 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더라도, 만지는 것에 대한 허용치는 냥바냥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우리 냥이가 허용하는 부위와 시간을 알고 그 이전에 상호작용을 끝내주세요. 또한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면, 상호작용을 시작할 때 코 인사부터 시작하시고, 고양이가 만지는 것을 리드할 수 있도록 손을 얼굴 주위에 그냥 허공에 둔 채로 기다리다 보면 알아서 얼굴을 비비고 만질 수 있는 부위를 손에 갖다 댈 수 있습니다. 이때 천천히 얼굴 위주로 만져주면서 우리 아이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안전합니다.
정리하자면, 우리 고양이가 허용하는 부위와 강도를 존중하여 불편하다는 신호를 보일 때 빠르게 멈추는 것으로 ‘신뢰’를 쌓고, 싫어하는 부위를 만질 때는 간식 보상을 연관 지어 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허용하는 시간이나 범위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사연자와 고양이 모두 서로를 신뢰하는 관계가 될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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