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안녕하세요.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자 '24시간 고양이 육아대백과'의 저자인 김효진 수의사입니다. 이번에는 고양이 발바닥에 자꾸만 뿔이 자라 고민인 집사분이 사연을 보내주셨네요. 발바닥에 뿔이 자라다니 너무 신기하게 느껴지지만,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고, 얼굴이나 다른 부분에도 뿔이 자라날 수 있습니다.
사진과 같은 상태는 피부 뿔(피각, cutaneous horn, horned paw) 등의 명칭으로 부릅니다. 본격적으로 이 피부 뿔을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피부 뿔이 생기는 원리는 케라틴의 과도한 증식에 있습니다. 케라틴은 털이나 발톱, 피부와 같은 상피 구조를 이루는 단백질인데요. 이 성분이 과도하거나 잘못된 형태로 증식되면 피부 뿔이 형성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케라틴이 과증식 되는 것일까요? 밝혀진 가장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바로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Feline Leukemia virus) 감염증입니다. 이 질환이 있을 때 발바닥 패드에 단단한 뿔이 자라날 수 있습니다.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 감염증은 백혈병, 종양 및 면역 저하가 나타나고 이에 따라 각종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아주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따라서 고양이 발바닥에 자꾸만 뿔이 자라는 경우라면 병원에서 반드시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사연 속 고양이는 입양 전 길생활을 하면서 감염되었을 수 있기 때문에 꼭 한 번 확인해 볼 것을 추천합니다.
다만 고양이 백혈병 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피부 뿔은 '발바닥 중앙 패드' 부분에서 자라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연 속 고양이는 '발끝'에서 뿔이 났었죠. *광선 각화증(actinic keratosis) 등의 다른 이유나 혹은 별다른 이유 없이 케라틴이 과증식되어 뿔이 나는 경우가 더 흔하기 때문에 미리부터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또 케라틴 과증식이 아니지만 마치 피부 뿔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런 질병에는 *고양이 유두종 바이러스(Feline papilloma virus) 감염증, *편평 상피암(squamous cell carcinoma)이나 낭성 질환(작은 낭포들이 생기는 병)을 포함한 피부질환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 피부 뿔처럼 보이는 것이 발견되는 경우 꼭 병원을 찾아 다른 질환은 아닌지, 피부 뿔을 유발할 만한 기저질환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광선 각화증 : 지속적인 햇빛이나 인공 광원 노출로 피부에 잘 발생하는 질환
* 고양이 유두종 바이러스 : 체표나 점막 표면에 돌출한 양성종양
* 편평 상피암 : 표피의 각질 형성 세포에서 유래한 악성 종양
만약 특별한 원인이 없는 단순 피부 뿔이라면, 뿔이 여러 개 자라더라도 위험한 질환은 아닙니다. 고양이에게 통증도 유발하지 않고요. 다만 발바닥 아랫부분처럼 뿔이 체중부하 되는 곳에 있다면 고양이가 불편해하거나 아파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고양이는 아픈 것을 잘 티내지 않는데요. 이전에 비해 해당 부위 그루밍을 더 많이 하거나, 높은 곳을 잘 오르려 하지 않는 경우 발바닥이 아픈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수술적으로 피부 뿔을 제거할 필요도 있습니다.
피부 뿔을 외과적으로 제거하는 경우에는 꼭 뿔의 뿌리 부분까지 확실히 제거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고양이가 불편해하지 않는다면 굳이 수술로 제거하지 않고, 경과를 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각화가 심하면 환부에 보습제를 적용하는 정도로 관리할 수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