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동포의 대은인’으로 추앙받은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이 부인 최 엘레나 여사와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에 합장된다. 이른바 ‘가짜 유족 사건’으로 최 선생의 묘가 멸실된 지 10여 년 만이다.
국가보훈부는 1일 “최재형 선생의 순국장소로 추정되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의 흙과 70여 년간 키르기스스탄 공동묘지에 묻혀 있던 부인 최 엘레나 여사의 유해를 모셔와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합장하겠다”고 밝혔다. 선생은 시베리아 연해주 지역에서 항일조직인 ‘동의회’를 조직하고 총재가 되어 항일의병투쟁을 전개했으며,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또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재무총장도 역임했다. 정부는 1962년 최 선생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보훈부는 최재형기념사업회와 함께 현지에서 유해 수습 등 준비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오는 7일 최 엘레나 여사의 유해를 국내로 모신다. 선생이 순국한 장소로 추정되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의 최재형 선생 기념관(최 선생 고택) 뒤편 언덕에서 채취한 흙은 11일 국내에 반입된다.
당초 최 선생의 가묘는 후손의 요청에 따라 1970년 서울현충원 애국지사묘역 108번에 조성돼 있었다. 하지만 1990년 한국과 러시아가 수교한 이후 최 선생의 유족이 고국을 방문하면서 후손을 자처했던 사람이 유족연금을 노린 가짜 후손으로 드러났다. 이후 최 선생의 가묘는 2006∼2009년 사이 멸실됐으나 실제 유족들에게는 통보도 없었다. 유족들은 멸실된 묘의 복원을 희망했으나, 최 선생 순국 이후 유해를 찾을 수 없어 유골이나 시신을 안장하도록 규정한 국립묘지법에 따라 묘를 복원할 수 없었다.
보훈부는 올 1월 유골이나 시신이 없는 순국선열의 위패와 배우자의 유골을 함께 묘에 합장할 수 있도록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통과됐고, 지난달 18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됐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최 선생 부부 합장묘 조성에 대해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으나 유해마저 찾을 수 없었던 순국선열을 단 한 분도 소홀함 없이 예우하는 ‘일류보훈’을 실현하는 첫걸음으로 생각하고 앞으로도 순국선열을 예우하는 데 모든 정성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