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인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이 112로 접수되는 재난 신고에 여전히 실시간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당시 행안부가 사고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후,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바로 보고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31일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되기 전 "미호강 물이 제방을 넘기 시작했다"는 112 신고(7월 15일 오전 7시 56분)는 행안부 상황실로 즉각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 상황실로 즉시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이런 종류의 112 신고가 애초에 '실시간 보고 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강물이 넘치기 시작했다는 것은 대형 재난을 알리는 분명한 현상”이라면서도 “그러나 그걸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 실시간 보고해야 할 근거 규정이 미비해 그 신호가 행안부에 전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행안부가 첫 보고를 받았던 시점은 지하차도가 침수(오전 8시 40분)된 뒤인 오전 8시 46분 이후였다. 침수 44분 전에 112에 접수된 신고가 신속하게 행안부에 보고됐더라면, 국가 최상위 재난 컨트롤타워인 행안부가 충북도나 청주시 등 지방자치단체에 즉각 통제 지시를 내릴 수도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6월 5일 치안상황실 운영규칙이 개정됐음에도,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내용의 신고가 중앙상황실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정 규칙은 ‘중요 치안상황 발생 및 조치 내용에 대해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소속 기관장 또는 상급기관에 보고하되, 안전 및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는 지체 없이 보고’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즉시 보고 기준 역시도 ‘사망 3명, 부상 10명 또는 물적 피해 5억 원 이상일 경우'로 제한되어 있다. 결국 행안부 상황실은 3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다음에야 경찰 보고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실시간 보고체계 공백을 두고 경찰은 “규정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규정이 문제였다는 것은 결과론적 이야기”라며 “재난관리 주무 기관은 행안부와 소방청이라서 경찰의 대응은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난 상황을 목격한 일반인들이 112와 119의 보고 체계 차이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12를 통한 재난 신고 역시 119처럼 행안부 상황실에 실시간 공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 당시 안전 주무장관인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보다 상황 보고를 늦게 받았던 이유도 112의 행안부 상황실 보고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상봉 고려대 정부행정학부 교수는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면서도 112상황실 업무를 국가경찰 몫으로 남겨 둔 것은 중앙정부와의 정보 공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112 신고 내용도 중앙정부와 신속하게 공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