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5호 태풍 ‘독수리’가 중국에 상륙하며 수십만 명이 집을 잃었다. 베이징엔 12년 만에 처음으로 가장 높은 단계인 적색경보가 발령됐다.
30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28일 중국 동남부 푸젠성에서는 폭우가 내려 하루 만에 약 88만 명이 집을 잃었고, 35만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산사태로 집이 무너져 내렸다. 중국 동북 지역인 랴오닝성에서도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전날 오후 6시 베이징을 포함한 북방 지역과 동북 지역, 중부 내륙, 남부 등에 폭우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이는 2011년 9월 29일에 이어 두 번째로 발령된 것이다.
베이징에는 전날 오전 9시부터 하루간 약 228mm 비가 퍼부었다. 허베이성과 톈진, 산시성 중동부, 허난성 북부, 산둥성 중서부 등에도 250~400mm의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베이징, 톈진, 허베이 등 일부 지역엔 국지적으로 600mm까지 비가 퍼부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베이징시의 주요 궁궐과 박물관, 공연장 등은 운영을 중단했고 일부 기차 운행도 취소됐다. 베이징 기상청은 다음 달 1일까지 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1일 필리핀 동부 해상에서 발달한 독수리는 필리핀 북부에서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후 북상했다. 특히 28, 29일엔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43m에 달해 큰 피해를 입혔다. 다만 31일부터는 태풍이 중국 내륙으로 진입함에 따라 위력이 점차 잦아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