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올여름 극심한 호우 피해의 원인으로 환경부 중심의 '물관리 일원화' 정책을 꼽았다. 자연히 이를 주도한 문재인 정부를 향해 공세를 퍼부었다. 그러면서 해법으로 수자원 관리 기능을 국토교통부에 돌려주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 의석수 열세로 실제 법안 통과는 쉽지 않다. 이에 물관리 이슈를 '여론전'으로 끌고 가며 주도권을 놓지 않는 한편, 기존 법규정 안에서 수자원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실질적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른바 '투트랙' 전략이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수자원 보전·이용·개발 및 하천관리업무를 국토부로 옮기는 정부조직법 개정안(물관리정상화법)을 26일 대표 발의했다. 2018년과 2020년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환경부로 넘어간 '치수' 기능을 국토부로 다시 옮기는 내용이 담겼다. 전임 정권의 정책을 사실상 백지화하는 셈이다. 송 의원은 30일 "물관리 분야 전문성을 축적해온 국토부에 기능을 돌려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호우 피해 이후 줄곧 강조해온 기조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김기현 대표는 19일 서울 양천구 대심도 빗물터널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난 정권 물관리 일원화 당시에도 환경부 역량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며 "이번 사태를 겪으며 의문이 현실로 드러난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물관리 일원화의 총체적 허점이 드러난 만큼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개정안 발의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국토부 재이관'을 당 차원에서 필사적으로 추진하는 건 아니다. 과거 물관리 일원화 정책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어 법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무리하게 법안을 밀어붙이다 무산되면 당 지도부 책임론을 비롯해 자칫 낭패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송 의원 발의안은) 의원 차원의 움직임"이라며 "당에서는 시간을 갖고 신중히 살펴본다는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8일 수해복구 방안·재난 대응체계 관련 고위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물관리 기능 국토부 재이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따로 논의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대신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한 실질적 개선 조치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향후 물관리 기능 주체에 대한 문제 제기를 이어가는 한편, 현실적으로는 환경부의 기능을 강화시켜 하천 관련 업무 실효성을 키우고 지류·지천 정비 사업 등을 적극 추진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