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금융완화 정책 일부 수정… 금융 시장 ‘깜짝’

입력
2023.07.28 19:45
"금리 상한 초과, 어느 정도 용인"
1년째 물가 목표 2% 초과 배경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은 유지

일본은행이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취임한 지 3개월 만에 처음으로 금융완화 조치를 일부 수정했다. 최대 0.5%로 묶어 두었던 장기금리의 상한선을 유지하되, 시장금리가 이를 어느 정도 초과하더라도 용인하기로 했다. 깜짝 발표에 이날 일본 금융시장도 크게 출렁였다.

일본은행은 28일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장단기 금리조작 정책을 이같이 수정했다. 장단기 금리조작이란 정해진 금리로 국채를 대량 매입해 금리가 그 이상 오르지 못하도록 인위적으로 막는 정책이다. 이전에는 시장금리가 0.5%를 넘으면 즉각 대량 매입을 통해 금리 상승을 막았지만, 앞으로 어느 정도는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우에다 총재는 정책 수정의 목적에 대해 "금리를 너무 엄격하게 억제하려고 하면 채권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금융완화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행은 금리조작을 위해 매일 10년 만기 국채를 0.5% 금리에 무제한 매입해 왔으나, 이날은 1% 금리로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선 '사실상 1%까지 금리 상한선을 높인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우에다 총재는 "0.5%를 넘어설 경우 기동적으로 시장조작을 할 것"이라며 "(시장금리가) 1%에 가까워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과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등 다른 완화 조치는 현행대로 유지했다.

물가상승률 1년 넘게 2% 넘어

이날 정책 수정의 배경에는 장기화하고 있는 물가상승이 있다.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저'(엔화가치 하락)의 영향으로 지난해 초부터 상승하기 시작했고, 최근까지 1년 넘도록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했다.

일본은행은 이날 발표한 물가 전망 보고서에서 2023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9%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2024년도는 1.9%, 2025년도는 1.6%로 각각 전망해, 최근 물가상승이 앞으로도 계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행은 물가 2% 목표에 대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실현을 전망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지 못했으며, 끈기 있게 금융완화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물가상승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경우, 일본은행이 완화 정책의 출구를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으며 시장금리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금융시장 '출렁'

이날 일본은행의 깜짝 발표로 일본 금융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채권시장에선 일시적으로 장기금리가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인 0.575%까지 상승했고, 닛케이지수는 장중 한때 850엔이나 급락했다가 131.93엔(0.40%)으로 하락폭을 줄여 마감했다.

환율도 큰 폭으로 오르내렸다.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유지를 예상한 달러 매수세에 장 초반 엔화 가치는 달러당 141엔까지 떨어졌으나, 일본은행의 발표 후 순식간에 엔화 매수세가 폭증해 138엔대까지 움직였다. 하지만 이후 마이너스 금리 정책 등 다른 완화 정책을 유지한다는 발표에 다시 141엔대로 돌아갔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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